개인의 속도에 맞춰 세상을 가르치다
개인의 속도에 맞춰 세상을 가르치다
  • 김령은 기자
  • 승인 2022.09.1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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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걸어갈 수는 없다. 다른 이들에 비해 속도는 느릴지라도 온전히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안교육 기관 ‘사람사랑나눔학교(이하 나눔학교)’의 강소영 교장을 만나봤다.

 

  Q. 나눔학교는 어떤 교육을 하는 곳인가요?

  우리 학교 아이들은 배움의 속도가 각자 달라요. 나눔학교는 아이들 개개인의 속도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는 대안교육기관이에요. 자폐증이 심한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선생님이 불러도 쳐다보지도 대답하지도 않아요. 그럼 이 아이에게는 인사하는 방법과 부름에 응답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거예요.

  나눔학교에서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이론적인 강의식 수업보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운 활동을 오래 기억해요. 주기적으로 여행 수업이나 생태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색다른 수업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Q. 최근 대안교육을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데, 교장 선생님이 생각 하는 대안교육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소위 ‘문제아’들이 일반학교를 자퇴하고 대안교육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안교육이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여겨져 주목받는 것 같아요. 대안교육을 받는 학생의 증가는 다양한 삶과 교육을 추구하는 사회로 가는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안학교는 일반학교와 달리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해요. 안타깝지만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은 ‘명문대 진학’을 중점으로 운영해요. 그렇기에 모든 아이들이 대학이라는 목표만을 따라가다 진짜 꿈을 잃을 수 있죠.

   대안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획일화된 목표를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지향점에 맞춰 유동적인 교육을 할 수 있죠. 모두에게 한 가지 길을 보여주는 교육과정에 지친 아이가 있다면 그 속도에 맞춰 새로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대안교육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인턴십 활동 또한 각자에 맞는 목표를 설정해 진행하고 있어요.

 

  Q. 나눔학교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나눔학교의 인턴십은 고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관심 있는 진로의 기초적인 작업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바리스타를 꿈꾸는 아이는 나눔학교 1층 카페에서 일을 배웠고 제빵에 흥미를 보인 아이는 나눔학교 근처 빵집과 연계해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어요.

  저는 인턴십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힘을 기르면 좋겠어요. 인턴십 과정에서 고난도 기술이나 어려운 작업을 가르치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토대로 의사 전달 방법을 배워요. 의사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우는 속도는 느려도 타인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길 바라요.

 

  Q. 대안교육자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대안교육자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에요.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후 청소년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도하는 가정교육과에 진학했어요.

  교생 실습을 거치며 아이들은 좋았지만 평범한 교사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임용고시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당시 가정교사를 잘 뽑지 않던 시기와 맞물려 방황했던 적이 있어요.

  진로를 고민하던 무렵 친오빠가 사회복지계열 직업이 제 성향과 잘 맞을 것 같다며 추천해 청소년을 위한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 이후 3년 정도 복지관에서 청소년 관련 업무를 하다가 장애인 복지관으로 발령이 났어요. 그때 *경계선 지능장애 아이들을 만났어요. 일반적인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멘토가 되고 싶어 대안교육자의 길을 걸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Q. 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실패에도 배움이 있으니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교육 철학 이에요.

  저는 많은 실패를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어요. 20년 전 강북구에서 처음 나눔학교를 운영했을 때 장애인을 위한 학교를 반대하던 지역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어요. 아이들을 향한 사회의 열악한 인식을 체감하며 대안 교육자로서 회의감을 느꼈죠. 현실에 부딪혔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분명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비록 실패할지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어요. 실패가 두려워 나아가지 않는다면 절대로 발전할 수 없으니까요. 뭐든 도전하는 자세로부터 삶의 원동력이 생겨요.

 

  Q. 나눔학교의 학생들이 가능성을 펼치기 위해 우리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긍정적 변화지만 오히려 자폐증을 왜곡해 바라보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요. 20년간 대안교육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지만 드라마 속 ‘우영우’ 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자폐증도 교육만 잘 받으면 ‘우영우’처럼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 아이들이 큰 부담을 질까봐 걱정돼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나눔학교도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에요. 아이들은 노후된 뒷골목과 공터에 벽화를 그리거나 직접 만든 간식과 공예품을 주변 노인들에게 나눠드리는 활동을 해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요. 인식 개선 활동을 지속한다면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바뀔 거라고 믿어요.

 

 

  Q. 교육자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무엇인가요?

  2020년 12월, 대안교육 기관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대안교육이 법적으로 교육적 다양성을 인정받고 있어요. 현재는 나눔학교를 대안 교육기관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에요. 우선 이 등록제를 무사히 마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두 번째 목표는 아이들의 원활한 생태 교육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에요. 나눔학교는 도심에 위치해 생태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분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마음껏 자연을 느끼도록 생태 교육의 장소를 조성하고 싶어요.

 

  Q. 천천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삶을 살아가는 속도는 자신에게 맞춰야 해요. 누군가를 따라가다 숨이 막혀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 꾸준히 오래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삶을 되돌아봐도 빠른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만약 제 주변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갔다면 이미 포기하고 주저앉았을지도 몰라요.

  자신이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거북이일지라도, 때로는 거북이 보다 더 느린 달팽이일지라도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꼭 목적지에 도달하게 돼 있거든요. 빠름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경계선 지능장애: 지능 검사에서 정신지체의 기준이 되는 IQ 70~84 사이의 지적 수준을 가진 지능장애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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