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여성’에 집중하면 보이는 것들
아동학대, ‘여성’에 집중하면 보이는 것들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22.10.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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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의무는 ‘모’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

  갈수록 다양해지며 반복되는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아동학대 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가해자, 특히 여성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바라보면 해결해야 할 것이 또 있다.

 

  학대 원인으로 이어지는
  양육환경 주목해야

  아동학대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 건수는 2011년 6천여 건에서 2020년 3만여 건으로 9년 전에 비해 5배가량 증가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유형 또한 다양하다. 수원시의 ‘제1차 아동학대 실태조사 및 보호정책 연구(이하 제1차 아동학대 조사)’는 아동학대 유형 중 신체·정서 학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근절되지 못한 아동학대 범죄는 사후적 처벌만큼이나 예방도 중요하다. 통계청은 2019년 기준 육아휴직자 중 남성 19.9%·여성 80.1%로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훨씬 높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혜숙 교수(이하 정 교수)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돌봄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면 양육자의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아져 아동학대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육아 전담 시간이 일반적으로 매우 긴 것 역시 문제다. 통계청이 진행한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돌봄 시간은 남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아래 사진은 실제 자녀 돌봄에 사용하는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일일 10분 이상 자녀를 돌보는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을 조사한 결과다. 고된 육아로부터 이어지는 아동에 대한 분노는 양육자가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빈곤 및 미혼 출산 등의 양육 환경 결핍으로 인해 안정적인 육아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발생한 우울증이 육아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정 교수는 “돌봄의 균형적 공유 사례가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있지만 더욱 개혁적인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와 지역사회의 대안적 양육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우리사회에서 주 돌봄 제공자인 여성이 처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통계청이 실시한 생활시간조사에 따른 부모의 연령별 일평균 자녀 돌봄 시간 그래프다.@#출처/통계청@@
통계청이 실시한 생활시간조사에 따른 부모의 연령별 일평균 자녀 돌봄 시간 그래프다.<출처/통계청>

 

  보다 실질적인
  여성 지원 제도의 필요성

  자신의 모든 시간을 오직 양육과 집안일에만 쏟는 여성의 부담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양육과 돌봄에 쏟는 시간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 평일 돌봄에 사용하는 시간은 여성 3.7시간·남성 1.2시간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에서도 돌봄 시간은 여성 1.4시간·남성 0.7시간으로 2배 차이가 난다. 가족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다양해졌으나 양육에 대한 책임은 분산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처럼 주 양육자인 여성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육아 지원 정책을 시행하려면 여성 중심의 일-가정 양립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동국대학교 법학대학 강동욱 교수(이하 강 교수)는 “돌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일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간병인과 같은 대체 가능한 돌봄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부모가 돌봄을 위해 유연하게 휴가 및 휴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육아휴직제도, 근무 장소·시간 등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유연근무제도 또한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에 포함할 수 있다.

통영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지원사업’ 시행 장면이다. 출처/한려투데이
통영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지원사업’ 시행 장면이다.<출처/한려투데이>

 

  아동학대, 그리고 부부폭력
  가정 내 여성들의 위험

  제1차 아동학대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는 친부모인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그중에서도 친부가 49.3%로 친모 37.5%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계부와 계모의 아동학대 행위자 수치를 비교해도 계부가 계모에 비해 5배가량 높았다.

  남성이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르는 동시에 부부폭력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부부폭력과 아동학대 발생률은 각각 40.3%와 66.9%로 나타난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상담사례분석에 따르면 부부폭력과 아동학대의 중복현상을 65.9%로 집계할 수 있으며, 쉼터 거주 여성의 자녀 중 약 90%에 이르는 아동들이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동학대가 부부폭력으로, 부부폭력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수원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차승은 교수(이하 차 교수)는 “남성이 아동학대를 저지르며 배우자인 여성에게도 폭력을 가하는 사례가 많다”며 “여성에게는 부부폭력, 아이들에게는 아동학대가 이뤄지는 양상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아들을 옷걸이로 폭행한 30대 남성이 배우자에게 구타를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의 허벅지를 옷걸이로 때려 신체적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남성은 배우자의 얼굴을 50여 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은 아동학대가 부부폭력 범죄와 동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 구성원을 위협하는 가해자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디어가 생산한
  ‘나쁜 엄마’ 프레임

  남성에 의한 아동학대 범죄 비율이 더 높은 현황에도 불구하고 언론 및 미디어는 여성의 범죄를 부각해 자극적으로 다룬다. 속보와 특종 위주의 보도는 표면적인 범죄 양상에만 치중해 근본적인 대책을 다룰 수 없다. 여성의 부적절한 행위를 보도해 일시적인 조회 수 올리기와 여론 조성에만 급급한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연구원(이하 이 연구원)은 “아동학대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선정적이고 속보 위주의 보도 양태를 보인다”며 “다각적인 차원에서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정황 및 흥미 중심 보도, 고정관념화 등 화제성을 위한 기사는 여성에게 ‘나쁜 엄마’라는 수식어를 붙여 모성에 대한 프레임을 씌운다. 차 교수는 “아동학대 발생 원인을 배우자 혹은 어머니인 여성의 결함에서 찾으려 하는 사회 전반적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며 “모성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게 남아있는 시점에서 사람들의 인식은 여성이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가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위해 개선한 모성보호제도 내용이다.@출처/디지틀조선일보@
고용노동부가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위해 개선한 모성보호제도 내용이다.<출처/디지틀조선일보>

 

  평등으로 만드는
  아동학대 범죄 예방

  아동학대 범죄를 젠더불평등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 연구원은 “일부 언론 및 미디어 매체는 아동학대 사건을 다룰 때 원인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 자극적인 여론 형성에 집중한다”며 “대안적 메시지와 담론을 적극적으로 확산하는 주체가 언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상의 양육자에 대한 처벌만으로 아동학대 범죄를 완전히 근절할 수 없다. 아동의 안전을 장기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 양육자의 양육 환경을 개선해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강 교수는 “현재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은 관련 인력이나 예산의 부족으로 입법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동 돌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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