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인 줄 알았어요
좋은 어른인 줄 알았어요
  • 이윤숙(정치외교 3) 학우
  • 승인 2022.10.0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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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징역 5년을 확정받은 인천새소망교회 김모 목사를 기억하는가? 그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목적 ‘그루밍 성범죄’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중고등학생 신도 20여 명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고민 상담을 해 신뢰를 구축한 후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그루밍(grooming)’ 수법으로 지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루밍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영국의 성범죄 법이 제정되고 3년이 지난 2006년쯤이다. 당시 국회의 정무위원회 회의록에 “영국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채팅을 통해 어린이들을 유혹하는 행위인 그루밍과 사이버 공간에서 어린이에게 심각한 정신적 성폭력을 유발하는 것도 처벌한다”고 소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그러나 당시 청소년성보호법은 성매매를 위해 유인하는 경우와 사기나 협박에 의해 성관계를 하는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었다. 따라서 청소년이 ‘좋아해서’, ‘서로의 합의로 대가 없이’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2003년의 영국 그루밍 처벌법에서는 성인이 만 16세 미만 청소년과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려 시도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당시 우리나라의 청소년성보호법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쳐 매우 솜방망이 처벌임을 알 수 있다.

  그 후 2017년, 온라인에서의 그루밍 범죄를 처벌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그동안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청소년에 대한 그루밍 성범죄가 주요 사안으로 떠올랐다. 마침내 지난해 9월, 아동 성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지속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온라인 성범죄가 진화함에 따라 규제와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인 메타버스에서의 범죄는 SNS 등으로 플랫폼을 옮겨가며 더 심각한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0명 중 5명은 집행유예, 나머지 5명 중 1명은 벌금형에 그쳤다.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가 행위 자체의 부적절함을 인지하지 못해 피해 기간이 더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우리는 사법당국의 관심을 촉구하고 관련 연구와 데이터 수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루밍 성범죄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 △양형 선고 및 가해자 재범방지 △피해자 지원 등에 종합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기관적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성인이다. 따라서 그루밍 범죄에 놓인 아이들을 보호하면서도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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