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사각지대, 대학 인근 원룸촌
화재의 사각지대, 대학 인근 원룸촌
  • 김령은 기자
  • 승인 2022.11.0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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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법적 감시와 개인의 노력으로 화재에 의한 피해 최소화해야

  대학 인근 원룸은 소방시설이 열악하고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광운대 △삼육대 △서울여대 △한국외대와 우리대학을 포함한 서울 동북권 5개 대학 주변 원룸촌의 소방 실태를 기자가 직접 점검했다.

 

  화재 골든타임 놓치는
  원룸촌 소방 진입로

  본사는 지난달 27~30일간 자취를 하는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거주 형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90%가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거주지를 원룸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모든 학우가 ‘집값이 비교적 저렴해서’라고 답했다. ‘다방’ 앱에 따르면 우리대학이 위치한 쌍문동의 경우 같은 평수일지라도 일반 오피스텔의 월세가 원룸의 월세보다 평균적으로 2배 이상 더 높았다.

  거주지의 특징 및 주변 환경을 묻는 질문에 원룸 거주자 중 ‘거주지가 밀집돼 있다’고 답한 학우가 90%였으며 ‘거주지 주변 골목에 다수의 차들이 주차돼 있다’고 답한 학우가 60%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주거 환경은 화재 발생 시 진압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화재의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모두 소방차 진입로 확보의 어려움이 화재의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 바 있다.

  화재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화재 장소까지 소방차가 원만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주택 밀집 지역은 상대적으로 도로 폭이 좁고 도로의 양쪽에 승용차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 우송전문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고왕열 교수(이하 고 교수)는 “소방차가 화재 장소까지 접근할 수 없다면 소방 호스를 연결해 소화 작업을 해야 하므로 진압까지 시간이 지연된다”며 “화재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화재 장소까지 소방차가 원만하게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룸은 건물 특성상 화재 발생 시 대피하기 어려워 피해가 더 커질 위험이 있다. 원룸은 개별 세대에서 화기를 취급하고 있어 화재에 취약하며 밀집된 건물은 연기에 의해 대피가 더욱 힘들어진다. 또한 주방이 입구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발화점이 출입구에 위치해 대피 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우리대학 및 동북권 대학
  주택가의 실태는?

  우리대학은 정문과 후문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에 주택이 밀집해 있다. 기자가 우리대학 인근 원룸촌의 골목 폭을 측정해본 결과, 최소 2.67m에서 최대 2.91m였으며 불법 주차로 원활한 소방 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소방방재청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높이 4m·폭 2.5m의 골목을 확보해야 하며 내부 *회전반경 5.5m·외부 회전반경 10.7m 이상으로 진입로를 설계해야 순조로운 소방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외대와 광운대 인근 원룸촌에서는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할 2.5m보다 좁은 골목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불법 주차는 좁은 골목 폭만큼이나 소방차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대학 인근 원룸촌 및 주택가에는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골목에 차를 주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목에는 화재 발생 시 소화전 사용을 대비해 주차 금지라고 명시한 구역이 있지만 이를 위반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도봉소방서 민원상담팀은 “주택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법 주차된 차로 인해 진입로 확보가 곤란한 적이 있었다”며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해 주차 금지 구역에는 주차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인근 골목 폭을 측정해보니 2.67m로 원활한 소방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사진/김령은 기자
우리대학 인근 골목 폭을 측정해보니 2.67m로 원활한 소방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사진/김령은 기자>

  주택가 외부에는 노후화된 전선이 무방비 상태로 놓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룸촌과 같은 주택가에서는 시공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안전상 문제를 감수하고 전선을 건물 바깥으로 드러내는 시공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외부로 빠진 전선은 쉽게 노화하며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전기 장치의 압착 및 손상으로 이어져 화재를 발생시킨다. 또한 오래된 전선이 여러 가닥으로 뭉쳐져 있거나 겹쳐져 있는 경우에는 열이 누적돼 피복이 녹고 합선이 일어나 화재의 위험이 더 커진다.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된 차량의 모습이다.사진 김령은 기자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된 차량의 모습이다.<사진 김령은 기자>

 

  빈틈 많은
  소방시설법

  현행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에는 빈틈이 많다. 원룸의 경우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화기 이외의 소화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연면적 1,000m2 이상인 경우에만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고 교수는 “원룸은 소화기 이외의 소방시설이 미비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대응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6층 미만의 규모가 작은 원룸은 스프링클러 설치 또한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니다. 현행법상 6층 이상의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사광균 교수(이하 사 교수)는 “원룸은 건축 과정에서 별다른 법적 제재가 없어 간단한 공법과 저렴한 건축 자재로 건설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며 “스프링클러가 건물에 없는 경우 화재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소방시설법의 개정을 예고했다. 개정령 예고안에 따르면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 소방 대상에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을 포함했고 갖춰야 하는 소방시설의 종류를 정비하는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소방시설법은 점차 강화하고 있으나 법 적용은 과거에 머물러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건물은 건축 허가일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1990년에 건축을 허가받았다면 해당 건물은 1990년 당시의 소방시설법을 적용한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인해 현행법과 비교했을 때 미비한 소방시설을 갖췄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도봉소방서 민원상담팀은 “소방시설법 개정 전에 지어진 건물은 아직 열악한 소방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소방시설이 열악하고 오래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전선이 건물 외관에 무방비로 노출된 모습이다.사진/김령은 기자
전선이 건물 외관에 무방비로 노출된 모습이다.<사진/김령은 기자>

 

  국가적 감시와
  개인적 노력 모두 필요해

  현행 소방시설법은 △용도 △면적 △수용인원을 기준으로 의무 설치해야 하는 소방시설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 조항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처벌 조항을 규정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대중의 안전 의식이 발전함에 따라 현재는 화재 예방 및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가 강화됐다. 하지만 법률 시행에 대한 국가적 감시와 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처벌과 규제는 명확하지 않다. 사 교수는 “법적인 감시와 처벌이 부재하다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며 “구청과 소방서의 주도로 국가적 차원에서 실질적인 감시 및 처벌이 철저하게 이뤄지는 동시에 행정 명령과 벌금을 처벌 항목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고 교수는 “소방시설이 파손된 경우 즉시 수리해 유사시에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화기 사용을 자제해 화재에 의한 피해를 막거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방시설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화재를 예방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개인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시점이다.


*회전반경: 한 점이 다른 점 주위를 회전할 때 두 점 사이의 거리
**단락: 두 점의 전기 회로가 절연되지 않아 접속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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