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해가는 우리나라, 진정한 해결책은?
마약에 취해가는 우리나라, 진정한 해결책은?
  • 채유경 기자
  • 승인 2022.11.21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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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치료 및 예방 제도 도입해야

  지난 9월 제주 가정집에 배송된 우편물에서 마약류 ‘LSD’ 성분이 검출됐다. 우리나라는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 불릴 만큼 마약류 규제를 철저히 해왔다. 하지만 마약류 거래 방식이 다양해지고 구입 장벽이 낮아지며 마약 범죄율은 급증했다. 마약류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마약류 범죄의 증가
  우리의 일상 위협해

  마약류 사용에 대한 우리사회의 우려는 ‘버닝썬 게이트’ 사건에서 시작됐다. 2019년 서울시 강남구의 버닝썬 클럽에서 대형 마약류 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다수의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을 불법적으로 사용해 폭행·성폭행 등 대형 범죄를 저질러 우리나라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이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SNS 플랫폼이 활발해져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마약 거래 또한 성행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도 우리는 마약류 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최근 6개월 동안 여행객으로 가장하거나 항공 화물에 마약류를 숨겨 밀수한 내·외국인 27명을 검거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이동이 제한됐지만, 최근 제한이 풀리면서 관련 범죄율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마약류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영화·드라마에 나오는 편향적인 장면을 보고 잘못된 인식을 갖는다. 대경대학교 방송영상과 이연우 교수(이하 이 교수)는 “대부분의 미디어 콘텐츠에서 마약류 범죄는 갱단 및 조직폭력배들이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만 비치고 있다”며 “실제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고통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버닝썬 게이트 사건에서 성범죄 약물로 남용했던 동물용 마취제 ‘케타민’이다.
버닝썬 게이트 사건에서 성범죄 약물로 남용했던 동물용 마취제 ‘케타민’이다.<출처/HiDoc>

  삶을 위협하는
  중독성 유해 물질, 마약

  마약은 뇌의 신경회로를 변하게 만들어 중독을 일으킨다. 이 중독성은 매우 강해 갈수록 마약에 의존하게 만들고 조절력을 빠르게 약화시킨다. 마약에 중독되면 후유증이 남을 뿐만 아니라 뇌가 손상돼 정신질환 및 기분 장애 등 매우 광범위한 부작용을 낳는다.

부산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의 시간·연령에 따른 비율이다.
부산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의 시간·연령에 따른 비율이다.<캡처/KNN>

  중독성이 있는 또 다른 물질인 술·담배보다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마약은 사용 및 유통 과정에서 법적 제재를 받는다. 마약을 투약하면 본능을 제어하는 기능이 망가진다. 이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다양한 위험을 초래한다. 마약류 범죄는 사용 및 유통에 그치지 않는다. 본능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지 못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류를 구매하기 위해 불법 자금을 사용하는 등 여러 파생 범죄를 야기한다.

  최근 심각한 사안으로 다뤄진 마약류 범죄는 대부분 신종마약류가 원인이다. ‘야바’, ‘GHB’, ‘LSD’ 등 주입하자마자 즉각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신종 마약류는 기존 마약류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고 훨씬 강한 환각 효과를 지닌다. 세명대학교 경찰학과 박성수 교수(이하 박 교수)는 “신종마약류는 값이 쌀 뿐만 아니라 기존 마약류에 비해 훨씬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어 신체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며 “다른 마약들을 강화해 만드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검사 시스템으로는 적발이 힘들다”고 말했다.

 

  다양해진 마약 거래로
  접근성 높여

  대검찰청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검거한 마약사범은 1만 575명으로 작년에 비해 12.9% 증가했다. 마약류 압수량 또한 최근 5년 사이에 8배로 늘어나는 등 마약류 범죄율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직접 만나 거래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마약을 구하는 추세다. 온라인상에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판매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다. 특히 ‘텔레그램’, ‘위커’ 등 문자·사진·문서 등의 암호화가 용이한 여러 SNS 플랫폼을 통해 마약류를 거래하고 **다크웹으로 경로를 추적할 수 없게 밀매한다.

  이러한 마약류 거래 방식의 변화는 소비층이 다양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대검찰청의 보고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1년 대비 11배 증가했다. 인터넷을 잘 사용하는 미성년자를 비롯한 20·30대의 마약 범죄 빈도도 높아졌다. 비단 젊은 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약류 범죄가 점차 주부나 회사원, 외국인 등 다양한 유형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 마약 유통·소비·사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마약 거래 방식의 변화로 인해 새로워진 마약류 범죄를 해결할 방안이 촉구된다. 범죄에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부터 경찰 수사 협조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매 수법 또한 매우 정교해 전담 정부 조직 및 위장 수사가 필요하다.

 

  해외와의 비교를 통한
  사후 치료 필요성

  마약류 범죄는 해외에서도 주요 사안으로 다뤄진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및 법안 체계를 구축한 국가가 있다.

  미국은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위주의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넘치는 교도소 수감 인원과 높은 재범률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 이에 따라 형사 사건 처리와 마약의 치료를 통합하는 기관인 ‘약물법원’을 설치했다. 약물법원은 마약류 사용에 따른 부작용 치료를 단계별로 진행하는 등 마약사범을 치료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호주도 약물법원을 운영해 치료를 통한 재범률 감소를 중점으로 둔다. 약물법원은 마약류 재범률을 확연히 낮추고 연쇄적인 다른 범죄의 발생을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

  영국 또한 마약사범의 치료를 중시한다. 마약류 범죄를 보건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정부의 ‘국가 마약관리 전략’을 통해 △마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마약사범에 대한 치료 △마약 접근성 차단 등을 실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마약류 단속 조직은 분산된 구조이며 검찰과 경찰의 단속 위주 정책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마약사범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최미경 전임연구원(이하 최 연구원)은 “마약류 사용자들에게 치료 및 재활을 지원 해줘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처벌 중심적인 정책을 펼친다”며 “국가의 예산 지원을 통한 실질적인 치료 제공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경기도 다르크(DARC) 약물중독재활센터는 마약사범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모임을 주관한다.
경기도다르크(DARC) 약물중독재활센터는 마약사범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모임을 주관한다.<출처/세계일보>

  마약이 낳은 수많은 문제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마약류 공급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투약 범죄에 대한 관리 역시 필요하다. 이 교수는 “마약류 범죄는 사용자의 의지박약으로 인해 재발하는 것이 아니다”며 “주변 관계 및 구조에 의해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마약류 사용자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재정적 능력 및 사회적 자본을 마련하지 못한다. 매우 심한 중독성에 괴로워하고 투약 유혹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치료 및 재활 지원이 필수적이다. 최 연구원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 사회에서 마약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 간의 유대가 가장 큰 치료 약이다”고 말했다.

  마약류 범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 또한 필수적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마약 예방 교육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며 “형사 처벌·치료 도입에 비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예방 교육을 널리 실시해 범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마약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처벌·치료·예방을 포함해 마약류 범죄 관리를 위한 복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엔데믹: 주기적인 백신 접종이 필요하며 완전한 퇴치가 어려운 풍토병
**다크웹: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접속해야 하며 접속자와 서버를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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