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은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영웅들은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 이민영(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22.11.2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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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남는 건 사진뿐이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축제나 공연장에 갈 때는 관객들 위를 수놓는 핸드폰 카메라가 눈길을 빼앗는다. 사진을 찍으면 당시 있었던 추억들을 더 오래 간직하는 느낌이 든다. 좋은 곳에 쉬러 가서 잘 나온 사진이 있으면 본전을 뽑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곳에 가면 사진첩의 숫자가 몇백 단위로 늘어 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많지 않다.

  사진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찍기도 하지만, 요즘은 SNS에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찍는 경우가 많다. 사진과 영상 기반 SNS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끌며 ‘남는 건 사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SNS를 이용하면서 게시물을 올리기 위한 사진만을 찍는 것 같아 회의감을 느낀 적도 있다.

  정말 남는 것은 사진뿐인가. 그러면서 누군가는 조회수와 ‘좋아요’를 얻기 위해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촬영되거나 공유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SNS를 보다 보면 가끔 ‘실시간 O호선 빌런(악당)’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영상이 눈에 띈다. 지하철·버스 등에서 싸움이 일어나거나 소동이 벌어진 현장을 찍은 것들이다.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누군가가 사람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거나, 심한 경우 폭행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영상들은 SNS의 추천 피드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상황을 중재하고 약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카메라를 들고 상황을 포착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다.

  사진과 영상 미디어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시대에 도래하며 관련한 논란들이 여러 번 불거졌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이 시시각각 SNS에 올라온다. 신속한 정보력으로 급박한 상황을 빠르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은 SNS의 순기능이다. 문제는 피해자가 고통받는 모습 역시 여과 없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퍼지고 불필요한 정보들이 오가기도 한다. SNS가 정보의 전달이나 상황의 안내, 위험에 대한 경고 등의 역할을 하지만 자칫하면 자극적인 역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29일, 너무도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모자이크 처리라곤 없는 현장 사진이 SNS를 통해 공유됐다. 모두가 우려하는 재난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사진과 영상을 사용했다. 사진은 빠르게 퍼져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을 유발했다. 허위 사실과 혐오 발언이 유포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영웅의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부터 들이밀었다. 재난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카메라를 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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