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학술문예상 시 심사평
제46회 학술문예상 시 심사평
  • 이명찬(국어국문) 교수
  • 승인 2022.11.2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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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런 시간은 오고야 만다. 살구 동산 수양벚나무 이파리 한꺼번에 떨어뜨릴 무렵 신문사 기자 전화를 받게 될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때. 올해부터는 그만 해야지 마음 다잡았다가도 그래도 또 혹시나 뛰어난 결과물 앞에 내 안복(眼福)을 시험 당하는 일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企待)로 그만 심사를 수락하는 사태. 그러나 예상대로의 박복한 결과물 앞에 망연자실했다가 가까스로 마음 추슬러 그래도 이리 참여해준 사람들 등 토닥이며 기어이 걸어가게 해 보자는 결심 두어 사발 들이켜는 시간.

  2022학년도 덕성여대신문 학술문예상 시 부문 응모자는 경상도 사투리로 ‘호부’ 7명, 응모작은 가까스로 20여 편이었다. 우수상 1편, 가작 1편이 원래 선발 목표였지만 우수상 없는 가작만으로 올해의 문예상 시 부문에 가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21세기 들며 근대의 적자 소설마저도 팬덤으로 명맥을 이어가게 된 느낌이니만치 시 따위에 마음 두는 젊은 사람 적은 게 당연한 거라고 고개 주억거려 보지만 마음 한켠이 아려 오는 건 또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반응일 터. 광고에 기사에 영화나 드라마 대본에 온갖 저작물의 제목에 시가 이미 들어있는 것이라고, 글쓰기의 정수이자 도달점이라고 소리소리 질러 보았댔자 그 소리 젊은 영혼의 끄트머리에도 가 닿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밖에.

  <계절어의 치환>을 쓴 응모자의 경우 은유를 부릴 줄 아는 솜씨가 나름 익어 있어 아까웠다. 그러나 어깨에서 문학한다는 힘을 좀 빼내고 자신의 소리를 독자의 입장이 되어 알아들을 만한 소리로 다듬는 일에 노력을 좀더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의 ‘상처 입은 배 깎는다. 희고 단 달은 네가 밤에 타고 온 배와 닮았다. 단 빛이 입안에 가득하다. 달을 베어 무는 소리가 사각 사각 난다. 어둠의 한 귀퉁이가 하얗게 빛난다.’와 같은 라임은 입에 착 붙는 느낌이었다. <아침 지하철>을 쓴 응모자의 경우 경험을 한 편의 얌전하고 담담한 시로 가다듬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좀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가지는 쪽으로 나아가면 발전했다는 소리를 듣겠다는 판단이다.

  <휘파람>을 가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수작이 되기에는 덜 익었으나 그 풋풋함으로 인해 시작하는 마음을 짐작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휘파람’이나 불어대는 일로 우수를 표할 줄 아는 솜씨가 좋았다. 그래도 ‘파도의 거품’은 상투적이고 ‘편지 못할’이나 ‘듣기에나’는 덜 익어 손을 좀 대 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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