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숨은 여성을 찾아서-여성 체육 지도자 방순경
역사 속 숨은 여성을 찾아서-여성 체육 지도자 방순경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6.05.2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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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라"

  1960년 8월 25일 이탈리아 로마. 84개국 5천여 명의 선수들은 저마다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스타디움에 올라섰다. 그들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중들 속에 유난히 자그마한 한국의 여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제 17회 로마 올림픽 조사연구단 연구원의 자격으로 참가한 방순경. 그녀였다.

방순경은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서 가장 복잡하고, 숨 가빴던 189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가톨릭을 신봉하는 가정에서 자란 방순경은 당시 모든 여자아이들이 그러했듯이 정숙하고 조신한 여성이 될 것을 강요당했다. 어린 순경은 여성으로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 없는 민족, 그 중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부당함과 원통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녀였기에 여성교육에 대한 방순경의 열정은 대단했다.

한성여자고등학교(현재의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교육자의 길을 걷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여자고등사범학교에서 교육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하였다. 방순경은 우리나라의 여성교육, 특히 여성의 체육교육에 애정을 갖고 깊게 접근했다. 체육교육을 통해 조선 여성들이 그 특유의 나약함을 벗어던지길 소망했던 그녀는 직접 몸을 단련시키며 각 개인이 여성으로서의 주체성을 깨닫고,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사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일본 여자체육전문학교에 유학하며, 체육 지도자의 길이라는 험한 바다에 몸을 던졌다. 고작 체육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 무슨 대단한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겠냐만, 당시로서 여성에게 이러한 결심은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의 꿈을 꾸는 것과 같았다.

광복 후 방순경은 경성 여자사범대학에서의 교수생활을 거쳐, 수도 여자 중·고등학교 교장으로 14년간 재직하게 된다. 그 후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기계 체조부를 창설하며, 국제적인 선수를 배출함으로써 대한 여성체육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1959년에 단장의 자격으로 여자 체조부를 인솔하여 월남친선경기에 참가하였으며, 1960년에는 국제체조연맹 총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방순경은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불가능처럼 보였던 일들을 하나씩 가능한 일로 실현시켜 나가고 있었다. 같은 해, 제 17회 로마올림픽대회에 조사연구단 연구원의 자격으로 참가함으로써 방순경은 여성 체육지도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아울러 1956년 서울특별시로부터 교육공로표창장, 1958년 문교부로부터 고전무용보급공로상, 1960년 대통령으로부터 홍조소송훈장 등을 수상하며, 국가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10일, 한국의 이 에리사 태릉 선수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체육인에 수상하는 ‘여성과 스포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꼭 50년 전의 방순경의 얼굴이 이 에리사의 얼굴과 교차되면서 여전히 한국 땅에서 살아 생동하는, 방순경의 여성들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2006년 오늘, 대한민국 땅을 힘차게 밞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빙긋이 웃을 방순경,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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