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슈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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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 승인 2006.05.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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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한일적 혹은 자구책

  <개그콘서트>의 일본공개공연을 앞두고 박준형은“개그의 한류를 위해 일본 열도에서 무를 갈겠다“고 했다. 드라마와 가수에 이어 개그에서도 한류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의 개그맨들이 우리네 프로에도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KBS의 <개그사냥>에 일본 니혼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지망생, 묘짱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니혼TV에서 방영 중인 <아시아 개그를 정복하라>는 프로그램 출연자로, 일본이 아닌 해외 개그프로그램에서 데뷔하라는 프로그램의 미션을 수행 중이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그의 한일전인가. 혹은 우리네 개그가 가진 한계를 넘기 위한 자구책인가.
 우리는 일본에 민감하다. 한일전은 그 종목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이겨야 된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맞닥뜨린 일본을 일본 본토에서, 그리고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연달아 이기는 것만으로,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WBC의 주가는 급상승했다. 경기는 한일전을 기점으로 국가전의 양상을 띠면서 전례 없는 야구거리응원까지 펼쳐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4강 위업을 달성했고, 우승은 우리가 두 번이나 꺾은 일본에 돌아갔으니 그들도 체면은 차린 셈이었다. 그럼 갖은 수모를 다 겪은 미국은 뭘 챙겨갔을까. 그들은 돈을 챙겨갔다. 비용 4500만~5000만 달러, 순익은 1000만~1500만 달러. 게다가 이 대회를 통해 당초 목표로 했던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도 이루어졌다고 하니 이건 주최측이 한일전을 조장한 건 아닌가하는 기분까지 든다. 한일전은 돈이 된다.
 그렇다면 개그의 한일전은 벌어질 것인가. <개그콘서트>가 등장하면서 국내의 정통 개그 프로그램은(쇼 프로그램이 아닌) 모두 같은 색깔의 옷을 입게됐다. 공개방송. 스탠딩 개그, 무한정 투입되는 아이디어, 새로운 얼굴과 끝없는 물갈이... 그러나 끝없는 아이디어 산출이 가져온 것은 시청률 상승과 함께, 개그맨의 단명이다. <개그콘서트>는 한 마디로 엄청난 개그의 인해전술을 방불케 한다. 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주의력은 흩어지게 마련.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뜬 개그맨들은 하나둘 그 아이디어 전쟁에서 밀려나 새로운 분야(방송진행,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보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개그콘서트>의 성공은 어찌 보면 개그맨들의 살을 깎는 경쟁과 대전을 통해 이룬 것이다. 그렇게 피를 말려온 개그맨들이 일본이라는 생소한 국제무대에 서서 당당히 일본인들을 웃기는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어떨까. 라면 먹고 한 개그에 눈물이라도 흘릴 것인가.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WBC가 끝나고 야구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이 국내야구경기로 옮겨왔는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국내경기를 마치 동네야구처럼 생각하게 되지는 않았는가. 야구하면 메이저리그라는 등식이 더 공식화된 건 아닐까. 탄탄한 지원이나 확실한 기반 없이 해외에서 한번 보여주는 선방은 분명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통해 우리네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개그콘서트의 무대에서 주목을 끌었다고 해서 그 개그맨의 실제 사정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것과 같다.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는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개그맨들은 그 어느 정치인들보다, 경제인들보다, 의사보다, 더 존경받을 만하다(물론 가끔 개그맨들을 능가하는 정치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저 <왕의 남자>에서 조선시대 개그맨, 장생과 공길을 통해 보았듯이 그저‘웃기는 잡놈??이 아닌 예술가에 가깝다. 그네들의 건전한 살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네 개그가 어느 한 권력에 잡혀 획일적으로 흐르지 않고, 다양한 정통 개그 프로그램의 시도를 통해 이미 발굴된 개그맨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개그맨들)은 많다. 그런데 그들이 설자리는 왜 장생이 섰던 외줄 밖에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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