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미인대회
5월과 미인대회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5.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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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하면 '가정의 달' 같은 것들보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실 다양성을 모토로 하는 요즘 사회에서 키 170센티미터에 50킬로그램 안팎의 몸무게, 34-24-34 몸매를 가진 여성을 미인이라 여기고 벌이는 대회를 그렇게 반대할 것까진 없다. 문제는 이 대회가 매년 중요하게 열리는 국가행사와 그 비중을 같이하며 거국적으로 치러진다는 데 있다. 수영복 몸매에 매겨지는 8.5, 9.5 따위의 점수. 급한 용무를 참는 사람마냥 무릎을 구부리고 하는 독특한 인사, 안면근육이 마비될 것 샅아 불안감을 안겨주는 미소. 이런 것들을 모든 공중파방송에서는 앞 다투어 그것도 일요일 저녁에 중계한다. 매년 온 국민적 관심 속에 열리는 이 대회를 볼 때마다 난 항상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에 인터넷과 각종 전자 네트워크로 짜여진 현대사회에 도대체 저런 대회가 어떻게 존속하는 걸까'
 그나마 MBC가 올해를 끝으로 '미스코리아 대회'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인식한 참 현명한 일이다. 이렇게 없어지지 않고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 때문에 이에 맞서서 5년째 개최되고 있는 '안티미스코리아 대회'가 지난 10일 또 열렸다.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는 신체지수를 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따라서 공식지정 미용실도 없단다. 올해의 주제는 '직업의 경계를 넘어, 성별과 나이, 외모의 고정관념을 넘어, 당당하게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잔치'로 남자간호사, 여성축구단원, 뇌성마비소녀 등 다양한 미인들이 출전하여 아름다움을 뽐내었다고 한다. 이처럼 획일화된 아름다움과 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여 꾸준히 열리고 있는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는 '미스코리아 대회'로 얼룩진 씁쓸한 5월에 그나마 유쾌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미스코리아 대회'는 '안티미스코리아 대회' 등과 같은 반대 운동을 통해 계속해서 논란이 제기되어 왔으며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정형화된 서구미인을 가치기준으로 보는 이 대회는 여성의 가치를 외모로 두고 모든 여성을 획일화, 표준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것은 우리사회의 여성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성형과 다이어트 붐을 조성하고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아름다움의 기준이고 그 기준은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또 이 대회에서는 얼마 전부터 지성과 교양을 미의 기준에 포함시켰는데 도대체 단 몇 시간 만에 어떻게 지적소양을 판단할 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아름다움에 기준을 두고 점수를 매겨 줄을 세우는 대회, 도저히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 보수적인 남성위주의 심사위원들에 의해 매겨진 몸매에 대한 점수와 평은 남성의 권위주의로 여성을 시각화하는 성불평등의 예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회는 여성을 주체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여성을 대상화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이성관계를 인격체 간의 관계가 아닌 육체적인 관계로 인식하게 하며 이러한 시각은 성폭력을 부추긴다. 이처럼 '미스코리아 대회'는 없어져야 할 것임에 분명해보이지만 여전히 열리고 있는 현실은 정말 가슴 아프고 짜증나는 일이다, 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선 먼저 국가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이 미인대회부터 없애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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