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 원칙없는 정부, 경솔한 한총련
이슈추적 : 원칙없는 정부, 경솔한 한총련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6.0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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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합법화, 무엇이 문제인가?

  이슈추적/한총련 합법화, 무엇이 문제인가.

▲한총련 대위원들이 한총련 합법화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난 해 3월 사회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한총련 합법화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가 조직된 이래 본격적인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합법화 운동이 진행되어왔다.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인권침해를 이유로 제소하기도 하였다. 노무현정부는 인수위원일 때부터 한총련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참여정부의 새로운 각료들 또한 수배자 해체와 함께 한총련 합법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이로 인해 한동안 한총련 합법화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4월에 이루어졌던 한총련 관련 수배자들의 가족 상봉, 수배자들의 건강 진단 등이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8일 이러한 한총련 합법화 물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한총련이 제23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굴욕적 방미 외교를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에 한총련 측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 우발적인 시위였을 뿐이었다고 해명하였으나 노무현대통령은 시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였으며 시위를 주도한 한총련 정재욱 의장과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 윤영일 의장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이에 따라 급속히 논의되던 한총련 합법화는 다시 요원해졌고, 실제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한총련에 대해 전향적으로 준비해왔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에 이번 사태로 인해 한총련 합법화 논의는 계속 거론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11기를 맞이하는 한총련은 '학생운동의 대중화'와 '생활학문 투쟁의 공동체'를 내세우며 지난 1993년 출범하였다. 그러나 지난 1996년 8월 연세사태로 인해 한총련 소속 총 5천여 명의 학생이 연행되었고, 1997년 한총련은 친북성과 폭력성을 근거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천여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이적규정에 의해 구속, 수배되고 있다. 한총련 대의원 구속자수는 2000년 71명, 2001년 72명, 2002년 90명이며 한총련 의장과 간부, 대의원들은 1년을 임기로 교체되기 때문에  해마다 엄청난 숫자의 학생들에게 구속과 수배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수 단체 및 언론은 여전히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합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제로 하고 삼권분립하에서 법치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현행 실정법인 국보법 자체를 부정하거나, 사법부인 대법원의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총련의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은 대한민국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또한 친북성 논란의 핵심근거였던 '연방제 통일방안'을 삭제하고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으로 통일강령을 개정하는 등 예전의 표현방식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한총련의 노력에 대해 본질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표면적인 변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3일 대법원에서는 10기 한총련에 대해서도 이적판결을 내렸으며 "강령개정은 남북관계 등 여건의 변화에 적응에 부득이하게 취한 조처이거나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아 활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뿐"이라고 그 근거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각종 인권 및 시민 단체들은 인권의 문제를 내세워 한총련 합법화를 주장한다.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법은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며 그것이 설사 체제를 부정하고 변혁하려는 사상이라 할지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회의 성숙함은 존재하는 반대의견을 얼만큼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가로 가늠할 수 있는데, 사회내부의 비판능력과 자정능력을 믿지 못하고 법이란 획일적 잣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우리사회가 그들의 주장을 주체적으로 비판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자발적인 학생운동단체로서 우리사회의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심도 깊게 논의하는 모습에 대해 범법자라는 굴레를 씌운다는 것은 지나치게 심각하게 대응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한총련 합법화를 주장하는 어떤 이는 "국민적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그들이 우리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으며 오히려 여기에 대해 합법이니 불법이니를 따지는 국가의 행위가 더욱 우스운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한총련 합법화 문제에 앞서 중요한 것은 제 11기 한총련 정재욱의장이 직접 밝힌 바 있듯이, 한총련 스스로가 시대에 부응하는 노력을 하여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실재로 바뀌었다는 공감대의 형성이 이루어는 내는 것이다. 먼저 발전을 위해 한총련은 시대의 차이를 인식하고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7,80년대 냉전시대의 이념논리와 민족주의 노선을 강조하던 시기의 체제를 강령에 적용하는 등 기존의 운영방식을 고수한다면 한총련의 미래를 불 보듯 뻔하다. 이념이 양극으로 너무도 팽팽히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독재정권에 맞서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기를 세우기 위해 민중을 선도하고 대표하였던 한총련과 공동체 문화가 해체되고 다양성의 인정과 개인주의가 그 기반을 이루는 다극화시대의 한총련이 달라야 함은 명백하다.
 물론 한총련은 2002년 여성, 인권, 환경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는가 하면 지난 달 30일 열렸던 한총련 출범식에서 변화된 대학생들의 감수성에 다가가려는 시도가 반영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는 노력을 보였다. 이렇게 내부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은 이 조직이 그동안 지나치게 정치·통일 투쟁에 치우친 데다 획일적인 운영방식에 따른 대중들의 냉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만이 유일한 학생운동단체라는 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현재 한총련 외에도 전국학생협의회, 전국학생연대회의 등 많은 학생조직이 존재하고 있는데. 한총련은 이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대중을 더 이상 설득의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하며. 다른 단체들 역시 일방적인 통합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함께 연대하고 단결하여 보편적 투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대중의 욕구를 반영하고 발맞춰 나갈 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진정한 학생운동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한총련 합법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의 성격이 변하고 안변하고는 합법화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되며 될 수도 없다. 그것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정치적으로 이용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5.18시위의 과격성을 떠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원칙, 한총련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갑자기 감정적으로 져버리는 정부의 태도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김아영 기자>              

한총련 홈페이지 : http://hanchongryu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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