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슈 추적] 그래도 벅참을 뿜어내는 축제의 주연, 대학생이 있다!
[문화 이슈 추적] 그래도 벅참을 뿜어내는 축제의 주연, 대학생이 있다!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6.07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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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샘플밭, 무대는 연예인밭

오월은 /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피천득의 <아름다운 오월> 가운데-

아니다. 오월은 대학축제의 달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취음이 우거진 오월의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의 젊음과 패기를 무대삼아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노랫소리와 함성은 음향이 되어 들리고, 어스름한 주점의 불빛과 대미를 장식하는 불꽃은 조명이 되어 비친다. 그들은 주연이다. 때로 그들은 주민들과 함께 관객이 되기도 한다. 학과나 동아리 등에서는 음식이나 물건을 팔며 수익사업을 펼치기도 하고, 축제로 인해 덤으로 얻은 휴강에 학생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2006년 대학축제, 과연 무슨 일이 생겼을까?

■연예인, 샘플 없이는 안 되겠니?

한낮 대학축제의 현장. 평소보다 조금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 모인 반면, 화장품이나 식품 관련 기업에서 샘플이나 제품을 나누어주는 곳에는 학생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리고 무르익어가는 저녁, 연예인 공연이 한창이면 그 많던 인파는 어디서 나왔는지 무대 앞은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처럼 요즘 대학축제는 연예인 초청과 기업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숙영(사회) 교수는 “안이하게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쉬운 방법으로 축제에서 연예인 초청 등을 답습하고 있다. 대학 축제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한다. 이어 “축제가 재미있어야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참여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드는 행사를 기획하고, 기업 후원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현 대학축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결국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축제 프로그램의 개발에 대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의견.

실제로 대학축제에 웬만한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려면 1천만원 안팎의 공연료를 지불해야 하고, 어느 유명 가수의 경우는 1백여 대학에서 섭외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게다가 기업이 축제기간에 대학에서 행사를 하려면 총학생회에 어느 정도의 후원금을 주게 된다. 올해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세 기업으로부터 1백80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축제를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주점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술을 협찬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한다. 때문에 캠퍼스 곳곳에는 특정 주류 기업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교비나 총학생회비 등으로 축제를 준비하기는 어려움이 따르기에 기업의 후원에 의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일까? 대학축제의 이런 경향에 대해 강송희(경희대 한국무용 05) 학생은 “대학생 본인들이 축제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학생들이 주체의식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부하고, 탈춤추고. 얼쑤!

그러나 위의 현상에 반기라도 드는 듯 대학축제에서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리대학에서는 축제기간에 덕성사회봉사단 학우들이 ‘나눔의 축제’를 열었다. 이 행사는 올해 2월 네팔의 한 중학교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학우들을 중심으로 2~3명의 네팔 유학생들이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네팔 관련 기념품 등을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봉사활동을 다녀온 네팔의 중학교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단순한 게임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던 대학축제에서 올해는 우리문화 관련 행사가 돋보였다.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이 우리 쌀과 칼로스로 각각 밥을 지어 시식하고, 전통 떡치기를 직접 체험했다. 이어 영화 <왕의 남자>에서 줄타기 대역을 맡았던 무형문화재 3호 권원태 씨와 남사당패가 줄타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고려대에서는 중요 무형문화재 69호 안동 하회 별신굿 탈놀이 보존회가 하회탈춤을 공연하고, 이화여대에서는 중요 무형문화재 26호 영산줄다리기가 진행되었다.

이는 고등학교 4학년생이라 불리며 주체적으로 무언가 하기를 꺼리는 대학생들의 기존 행태에 있어 주체의식이 새록새록 보이는 기분 좋은 변화이다. 우선 기부문화에 서툰 대학생들에게 기부의 방법을 직접 실천할 기회를 마련했고, 행사를 주최한 학과나 동아리 등 자체에서 수익금을 갖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서양문화에 익숙하고 점점 서양식으로 사고하는 대학생들에게 우리문화, 특히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전통문화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전통문화 체험은 획기적인 기획이다. 더군다나 칼로스 시식은 사회이슈에 관심이 적은 대학생들에게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행사이다.

“이번에는 어떤 연예인 온대?” 축제 시즌이 되면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서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맞다. 대학축제에서 다수의 관심사는 연예인과 기업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대학축제의 현실에 변화가 일고 있다. 대학생 스스로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하려한다는 것, 그것이다. 단순한 게임 참여나 주점 운영을 떠나 누군가를 도와 함께하려하고 주체성을 찾으려 하며, 축제의 문제점을 인식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수많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학축제의 주인공은 연예인과 기업, 그들이 아니다. 손님일 뿐이다. 열광하고 함성으로 축제를 장식하며 축제에 힘을 싣는, 대학축제의 주연은 대학생들이다. 2007년 대학축제에서는 대학생들이 더욱 튼튼한 뼈대를 세워 건강한 목소리로 환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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