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당신의 양심은 얼마 입니까
기자석: 당신의 양심은 얼마 입니까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6.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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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면의 계절 여름이 다가왔다. 나는 여름이면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냉면을 먹는 낙으로 더위를 잊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냉면 사건을 접한 이후로 냉면을 좋아하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더 이상 냉면의 순수하게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없을 듯하다.
 사건은 바야흐로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냉면·감자떡 제조용 혼합가루에 공업용 염색제를 섞어 제조한 뒤 유통시킨 식품제조업체 2곳이 적발되었다고 전했다. 혼합한 공업용 염색제는 아닐린 블랙으로 고무 장갑, 그림물감, 아스팔트 도색제 등에 사용되는 염색제로 법적으로 식용을 금하고 있고, 사람이 먹으면 현기증과 두통· 귀울림·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식품제조업체 대표는 면발의 색이 메밀면의 색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면발에 윤기를 더하기 위해 공업용 염색제를 섞었다고 밝혔다. 그들이 생산한 혼합가루는 상당한 분량이 이미 냉면이나 감자떡으로 만들어진 후,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되며, 보관되어 있던 혼합가루는 식약청이 압류한 상태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앞으로 식품 위해사범에 대한 합동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제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게 되었다며 신뢰가 무너진 사회를 한탄했다.
 이번 냉면사건을 포함하여, 오래 전 꽃게의 무게를 많이 나가게 하기 위해 꽃게에 납을 넣어 팔았던 사건, 얼마 전 홧김에 영양 드링크에 독극물을 타서 3명이 사망한 사건까지 먹을 것에 호작질을 하여 피해를 입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옛말 중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무아지경에 빠져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감각이 없게 된다는 의미로 통용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라는 말이 더 이상 듣기 좋은 우리네 속담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독이 든 음식임을 모르고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이런 일의 잦은 발생으로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되는 안타까운 세상이다. 이번 냉면사건의 주범인 식품업체 대표 2명은 각각 2만㎏, 30만㎏을 만들어 유통하면서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만 급급했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는다. 그들은 독일나치 수용소의 고문관보다도 더 잔인한 사람들로 양심을 팔아 돈을 번 것과 진배없다. 그들 양심의 가격이 고작 냉면가루의 값이라고 생각하니 연민이 느껴질 지경이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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