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김 감독 사건’과 그의 용기
[백미러] ‘김 감독 사건’과 그의 용기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9.02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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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 사건’과 그의 용기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존심과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오기 때문이지요. 혹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이런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서로 자기 말이 맞는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렸을 때 상대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신의 의견을 고수합니다. 상대가 왜냐고 물으면 횡설수설합니다. 본인도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고 확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러다 대화는 얼토당토않게 끝이 납니다. 과장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우리 사이의 대화에 자기 잘못 불인정의 ‘생떼’가 있긴 있다는 것을 알지요?

 지난 9일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인 <시간> 시사회에서 극소수 흥행작만 살아남는 한국 영화계에 실망한 듯 이런 말을 했습니다. “더 이상 국내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지도 않고 상영하지도 않겠다.” 이어 그는 17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는 ‘<괴물> 싹쓸이 논란’에 대해 “더 이상 관객을 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관객과 제작자는 수평적인 관계로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누리꾼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발언에 대해 분개했지요. 관객을 비하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여과 없는 ‘솔직함’을 낱낱이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1일 곧 반전이 이어집니다. 그가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마치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하며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에는 현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을 과격하게 발언한 점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사과와 동시에 자신과 자신의 영화를 폄훼한 것.

 ‘김 감독 사건’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그의 용기에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네요. 그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공인으로서 공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며 사죄하긴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지은희 총장이 우리대학을 이화여대로 칭한 것에 대해 직접 사과문을 남긴 일도 같은 맥락입니다. 잘잘못을 떠나 그것을 자신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각박한 사회에서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게 하는 것 같군요.

 인간이기에 잘못도 하는 법. 우리 이제, 그 잘못 시원하게 인정하고 서로 보며 허허 웃는 센스를 발휘하는 건 어떨까요?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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