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6.09.02 2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미러]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학교 앞 문방구에 아주 흥미로운 게임기가 생겼다. 그 게임기는 야구게임의 형식으로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홈런, 안타, 아웃 등이 정해지는 게임이었다. 점수에 따라 가짜 동전들이 쏟아져 나왔고, 아이들은 그 동전으로 그 문방구에서 원하는 물건을 샀다. 물론 아웃을 당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버튼 한번 잘 누르면 몇 배의 이익을 얻는 것은 당시 우리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 이상이었다. 아이들은 게임기상의 홈런에 애가 탔고, 한동안 게임기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최근 몇 주 사이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성인 오락기 ‘야마토’를 변조·유통 시킨 일당이 적발되었다. 이들은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배당금이 연속으로 당첨되도록 게임기를 변조해 손님을 끌어온 것이 밝혀진 것이다. 현재 문제의 당사자인 문화 관광부와 게임 제작사들은 서로 자신들은 ‘억울하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으나 검찰은 게임장 업주들의 이익 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 회장을 30일 전격 체포하고 그가 인멸하려던 증거들을 압수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바다이야기’의 사업자들은 개설당시의 점주들에게 투자금과 이익금을 넘겨주고 사업장을 양도 받은 일반 서민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집이나 자동차 등을 담보로 사업을 시작 한 것이다. 하지만 ‘바다이야기’ 사태로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철퇴가 가해지면서 이들 대부분이 거리로 나앉게 됐으며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의 수는 추산도 불가능한 상태여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성인 오락실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 불법 조작 영업을 한 오락실 관계자, 한탕의 대박을 꿈꾸는 도박자들의 3박자가 이루어낸 당연한 결과물이다. 땀 흘리지 않고 큰 돈을 바라는 사람들과 그 심리를 이용한 사람들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 속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돈 100원으로 게임기의 홈런을 바라던 초등학생과 재산 탕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박의 바다에 빠진 어른들은 무엇이 다른가?

도박에 관한 정당성의 한계는 정해진 바가 없기에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잘만 활용하면 삶의 활력소가 되는 도박이 그릇된 욕심으로 인해 사람들을 삶의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은 노력 없이 정당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은영 기자
slseky@duksu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