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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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06.09.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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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의 와니, 내 마음 속의 친구 <와니와 준하>

  잔웃음, 잔혹, 욕설에 집착하는 우리 영화가 싫다. 그렇다고 마음을 울리는 우리 영화 목록이 없는 건 아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파이란> <봄날은 간다>, 근래엔 <청연> <국경의 남쪽>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보며 울음을 삼켰다. 그러나 이들 영화를 다 합쳐도 김용균 감독의 2001년 작 <와니와 준하>와 바꾸고 싶지 않다.       
  내게 <와니와 준하>는 제목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해지는 그런 영화다. 영화 속 시간은 와니가 여름 감기를 혹독하게 앓고, 얼음냉수를 마시고, 맨발에 물을 뿌리던 여름이었다. 그러나 뭉게구름이 떠가는 푸른 하늘과 초록이 무성한 들판의 영화 속 배경과 달리 와니와 함께 하는 나의 시간은 늘 서늘한 계절이다.  
  26살의 와니(김희선)는 6년째 애니메이션 동화부에서 팔이 저리도록 그림을 그리고 있고, 27살의 준하(주진모)는 시나리오 작가 데뷔를 위해 밤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와니의 집에서 동거하며 영화 일로 서울을 오가는 준하는, 와니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와니가 동생 영민(조성민)의 귀국을 알리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이래, 그리고 와니의 후배 소양(최강희)이 찾아온 뒤로. 잠겨있는 영민의 방에서 본 사진과 스케치, 그리고 소양의 이야기를 통해 준하는 알게 된다. 영민이 와니의 첫사랑이었음을.
  <와니와 준하>에는 동거, 피가 섞이지 않은 오누이의 사랑, 동성애, 재혼이라는 대담하고 어려운 설정들이 있다. 그러나 오누이의 사랑을 뺀 나머지는 깊게 다루지 않는다. 이를 불만삼은 평자들이 있었지만,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건 와니와 준하의 현재, 와니와 영민의 과거, 영민에게로 향한 소양의 감정이므로 나머지를 스케치로 남겨둔 것을 나무랄 순 없다.
  <와니와 준하>는 와니를 배려하고 기다리는 준하 보다, 어린 나이에 힘든 사랑을 경험한 와니가 자기만의 방에서 나오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희선은 안방극장에서의 인기와 달리 스크린에선 칭찬도 환호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와니 역만은 다르다. 일과 추억에 지친 내성적인 26살 애니 작가, 힘든 사랑을 묵묵히 견디어내는 와니의 내면을, 김희선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강변 풍경, 기차 역 등 춘천의 서정. 자갈이 깔린 마당에선 풍경 소리가 들리고, 삐걱 이는 나무 마루와 낡은 LP판과 커다란 괘종시계가 있는 오래된 이층 집. 보통 사람이 입는 옷을 입은 배우들. 대사와 상황을 짓누르지 않는 배경 음악. <와니와 준하>를 되풀이해 보는 또 다른 이유들이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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