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를 기쁘게 깨닫다
생과 사를 기쁘게 깨닫다
  • 조영희 (서울대 대학원 서양화전
  • 승인 2006.09.16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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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온에서 이달 6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여락 사진展’
  여락의 사진은 그의 ‘수행’의 한 기록이다. 그의 사진은 사진 그 자체로는 강한 시각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찍었고, 무슨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그의 사진에서 내용을 알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충격’을 받게 된다.

 여락의 본명은 김낙균으로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년 전 핑야오 국제 사진 페스티벌에서 그의 사진을 외국 큐레이터에게 소개하게 되면서였다. 부족한 영어로 그의 사진작업을 설명해야 했던 나로서는 먼저 그의 작업에 대해 세밀히 알아야 했고, 그로부터 작업설명을 열심히 들었고 당시 그의 작업과정과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안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락은 차를 타고 지나가다 자주 도로변에 동물들의 주검을 목격하였다. 여락은 길가에 버려져 썩어가는 동물들의 주검을 수거해 그의 작업실로 가져온다. 이것이 그의 작업의 첫 번째 과정이다. 이렇게 수거된 동물들의 주검들을 그는 화장(火葬), 풍장(風葬), 토장(土葬)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이러한 과정은 어떤 의식에 가깝고 그의 ‘수행’의 일부분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은 ‘기쁘게 깨닫는다’는 그의 필명인 ‘如樂’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가꾸는 배추밭에 토장되기도, 혹은 산 속에서 풍장으로 치러진 동물의 주검들은 다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온다. 그는 이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기록한다. 동물들의 주검들이 토장되고 풍장된 장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가 기록된다.

 여락은 화장을 하고 난 뒤 불에 타지 않고 남은 뼈들을 촬영하기도 하며, 그의 작업실에서 하얀 무명 천 위에서 서서히 부패해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죽은 동물의 부패과정에서 생기는 구더기는 그의 작업의 소재가 된다. 화선지 또는 흰색의 무명 천 위에 먹물에 담가졌던 구더기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추상회화와 같이 느껴지고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구더기가 그린 그림, 화장 뒤 타지 않고 남은 뼈들과 동물들의 사체의 일부분들(털, 살점)을 담아 보관한 것들은 예쁘고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아름다운’ 이미지는 모순되는 감정을 유발한다. 악취와 함께 썩어가는 동물들의 시체의 일부분들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의 ‘의식’은 인위적으로까지 보인다. 그러나 여락의 작업들이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것은 그의 작업과 농사꾼으로서 욕심없이 살아가는 그의 삶과의 일치됨에서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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