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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06.09.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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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의 애증관계<가을 소나타 HOstsonaten(Autumn Sonata)>

학창 시절엔 어머니와의 갈등이 심해 ‘모성애’ ‘자매지간 같은 모녀’란 말을 위선자의 윤색으로 여겼다. 친구들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안 후에야, 조금 체념할 수 있었다. 잉마르 베리만의 1978년 작 <가을 소나타>를 보고는 현대 영화의 거장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싶어 큰 위안을 받았다. 베리만은 끝내 화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갈등을 <가을 소나타>에 투영한 것이지만.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샬롯(잉글리드 버그만)에게 시골집을 방문해달라고 편지를 보낸 딸 에바(리브 울만)가 초조하게 어머니를 기다린다. 7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와 딸은 반갑게 포옹한다. 샬롯은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시골집을 칭찬하지만, 오랜 세월 병치레를 해온 차녀 헬레나(레나 니만)가 에바 집에 머물고 있단 사실을 알고 나선 몹시 불편해한다. 에바는 어머니의 이런 태도를 보며 동생의 병이 어머니의 무관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다그친다. 어머니는 음악 활동과 가정생활을 병립할 수 없었던 과거를 변명하고, 그럴수록 에바는 가정과 남편, 자식에게 냉정했던 어머니의 이기심을 비난한다.


<가을 소나타>는 유명하고 아름다운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딸의 오랜 애증 관계를 드러내는, 연극 스타일의 실내 심리극이다. <페르소나> <외침과 속삭임>에 이어 모성부정의 테마, 가학적 피학적 행동, 역할 반전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즉 흔히 운명 공동체로 미화되곤 하는 모녀의 실체를 신랄하고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딸의 사회적 성취를 위해 어머니가 희생한다는 상례를 뒤집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에바 남편의 나래이션, 즉 관찰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액자 안에선 어머니와 딸의 회상과 현재를 오가며 격렬하게 감정 변화를 쫓고 또 다그친다.


<가을 소나타>엔 어머니와 딸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가 넘쳐난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감정과 혼란과 파괴로 이루어진 최악의 결합이에요. 사랑이란 미명 하에 정당화될 뿐. 어머니의 상처를 딸에게 물려주고, 딸들은 어머니의 실망에 보답해야하죠. 내 슬픔이 어머니의 기쁨인가요?” “난 엄마 노릇하기 싫었다. 나도 너만큼 무기력 하다는 걸 알아주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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