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 혼란의 역사를 비틀다
중국 현대 혼란의 역사를 비틀다
  • 조영희
  • 승인 2006.09.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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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하랄드 제만에 의해서 선출된 20명의 중국 아티스트 중 한 명이였던 마류밍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회화, 퍼포먼스, 사진 등의 다양한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현재 30대 후반의 젊은 작가인 마류밍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등 중국의 개방과 민주화 과정의 혼란을 몸소 겪으면서 성장하였다. 따라서 그의 작업의 주제는 중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같은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마류밍은 자신의 외모의 장점을 살려 색다를 작업들을 보여준다.  “Fen-Ma Liuming Ⅰ”에서 마류밍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호하게 된다. 이때 마류밍은 더 이상 남성이었던 마류밍이 아니라 ‘펀-마류밍(Fen-Ma Liuming)’이 된다. 중국어 펀(芬)은 여자이름으로 ‘치장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시에 ‘분리된다’라는 펀(分)과 동음이의어이다. 따라서 마류밍이 ‘펀-마류밍’이 되는 순간 그는 남자이자 여자인 존재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양성구유의 존재가 된다.

 마류밍의 사진 작업들은 대체로 그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것이다. “Fen-Ma Liuming in Geneva”는 제네바에서 행한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힘없이 관객들 앞에 나체로 앉아 있는 마류밍은 수면제를 먹어 잠에 취한 뒤, 관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게 한다. 이때 마류밍은 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이다. 의식이 없으므로 이성적인 사고도 없는, 즉 자아가 없는 상태로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아무런 거부없이 허용하게 한다. 의식이 없어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는 무엇이든지 반항없이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퍼포먼스를 통해 마류밍은 정치와 자아, 의식이 부재했던 중국인들을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만리장성을 나체로 걸으면서 행한 퍼모먼스인 “펀-마류밍 만리장성을 걷다”는 마류밍의 작업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뚜럿이 보여준다. 만리장성은 유목민으로부터 농경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분리의 벽으로, 차별과 단절을 의미하는 상징체계이다. 이 거대한 벽인 소통과 통합을 허락하지 않은 만리장성 위를 마류밍은 조화와 융화의 이미지로 맨발의 벌거벗은 몸으로 걷는다.

  마류밍의 “펀-마류밍”작업들은 그가 다름아닌 중국인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읽히고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펀-마류밍은 단지 자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혼란스런 중국의 이중적인 모습까지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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