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은 대학생들을 춤추게 한다
타인의 시선은 대학생들을 춤추게 한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6.09.30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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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상적 이미지 가꾸기만 … 복수의 자아를 찾아야

 

“요즘 면접실은 정말 연예인 오디장이 따로 없다. 노래나 춤은 물론 갖가지 자신만의 장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L모 기업 인사담당 A씨는 과거와 달라진 면접실 풍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과거의 면접이 ‘그 기업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에 대한 것으로 일색이었다면, 현재의 면접은 ‘나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수험생들을 혈안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여주기!’ 그것은 그들의 일상 속 쏠쏠한 ‘樂’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보여주기’의 대명사인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지금처럼 활성화된 이유에는 사용자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희영(서강대 교육대학원)씨는 “2002년에 미니홈피를 처음 알았으나 잘 이용하지 않았다. 남한테 내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게 낯설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대학생 10명중 8명이 자신을 퍼블리즌(공개(publicity)와 시민(citizen)을 합성한 신조어로 자신의 사적인 삶과 생각을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이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케이블과 공중파 할 것 없이 CCTV를 설치하고 모든 생활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것도 이와 적잖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너도 나도 이미지 생산자

‘보여주기’는 어떻게 사람들의 잠재된 속 마음을 뚫고 이렇게 당당해져 버린 것일까?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카메라의 다량 보급을 꼽는다.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면 사진 인화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내 방에서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다. 장소가 어디든, 대상이 누구든 자유로운 이미지의 생산은 나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또한 인터넷 환경은 나를 표출하는 공간으로써의 구실을 잘해내고 있다. 간혹 일반인들이 사진 한 장으로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제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나를 얼마든지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기’에 빠진 나름의 이유는 타인의 관심으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미지나 영상에 달리는 댓글들은 타인이 나에게 표하는 관심으로 여긴다. 그 관심이 찬양이거나 혹은 악성댓글이여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희열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은 마음 한 구석에는 꿍꿍이가 있다.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내 모습을 타인의 인식에 남기는 것. 곧, 모니터 속의 자신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작업을 거친 가공된 이미지일 경우가 많다. 타인들의 시선을 하나의 시선으로 만드는 과정에 그들은 오늘도 힘쓰고 있다.


‘보여주기’가 바늘이라면 ‘훔쳐보기’는 실

타인의 시선을 즐긴다. 그것은 그들을 춤추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춤추게 하는 자’는 또 누구인가? 자신만의 공간에 ‘보여주기’를 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공간의 주인을 모르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루의 일과처럼 ‘훔쳐보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훔쳐보기’를 하루 일과라 표현한 것은 악의적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패션이나 생활 환경을 보고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기 연예인들의 미니홈피 하루 방문객수는 몇 만을 훨씬 넘어가기도 한다. 훔쳐보기를 통해 나를 재창조 하려는 움직임은 달라진 내 모습을 또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렇게 ‘본다’와 ‘보여준다’는 상호작용 중인 것이다. 신상미(경상 1)학우는 “보여주는 문화의 성행은 곧, 보려는 문화의 성행이다”라고 ‘보여주기’와 ‘훔쳐보기’의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에게 나를 알리는 것은 경쟁력이 되었다. 그들의 갑작스런 인식의 변화가 아니라 무존재로서는 사회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그들에게 생존 방법 하나를 건네 준 것일지 모른다.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주체가 되었고 현실은 그 생산된 이미지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와 모니터로 만나는 그들에게 이미지의 존재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평론가 권경우씨는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나’일 뿐이다. 이것은 많은 상황 속에서 여러 주체로 존재하는 자신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묶으려고 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내 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간과할 수는 없다”라며 ‘보여주기’열풍 속 대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이제는 대학생들의 ‘보여주기’문화가 변화할 시기가 찾아왔다. 나의 이미지만을 고집하기보다 많은 상황 속에서 발휘되는 여러명의 ‘나’를 찾아 신선한 자아를 찾는 ‘찾아보기’열풍이 몰아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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