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의 정신을 계승한 우리의 리포트는 정당하다?
‘상부상조’의 정신을 계승한 우리의 리포트는 정당하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6.10.2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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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제활동 창출, 그 그늘에 사고의 즐거움은 사라져
 

 

  시험 기간이 끝났다. 수많은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찼던 도서관의 열람실도 이제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한 학생들은 아직 시험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도서관에 없다! 말 그대로 참고 도서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동분서주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여 열기를 내뿜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리포트 거래 공간인 ‘해피캠퍼스’ 김한승 마케팅 팀장은 학생들의 시험기간 동안 방문자 수에 대하여 “웹사이트 통계전문 회사인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순방문자는 5십만7천8백84명이다”라고 밝혔다. 이 정도의 숫자라면 요즘 대학생들의 리포트 문화에 대해서 눈치를 챌 수 있겠는가? 그렇다. 그들의 리포트는 나만의 과제를 얼굴 모르는 이들과 함께한 과제로 변해 교수님 앞에 놓인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 대학생들의 리포트 문화에 대해 “제공자체는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지만, 짜깁기와 원본제출은 엄연히 표절에 해당하는 문제이다”라고 도덕적 문제를 언급했다. 반면에 김 팀장은 “우리회사는 판매자들이 개개인의 지식자료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읽었다”라고 해피캠퍼스의 성공 전략에 대해 말했다. 이제 인터넷 리포트 시장이 도덕성과 경제성의 팽배한 대립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리포트 구매자와 판매자의 앙상블

우리대학 김희진(회계 2) 학우는 “과제 기한이 촉박해서 인터넷 리포트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였다. 이용 후, 지식이 곧 돈인 요즘 사회와 결부하여 지식을 상품화하는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라 생각했다”라고 리포트 거래 사이트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인터넷 환경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소통이 자유롭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받쳐주는데 꼭 고전적인 방법을 고수 할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것이 리포트 거래 구매자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도서만 참고 자료라 생각하지 않는다. 거래하는 자료를 무조건 제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자료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김민재(세종대 전자공학2)학생은 실습문제의 답변에 해당하는 자료를 거래 사이트에 올려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 그는 “기존의 포털 사이트들은 실질적인 자료 생산자의 이득이 전혀 없었지만, 리포트 거래 사이트가 생기면서 직접적인 수익이 생기니 좋은것 같다”라고 리포트 시장의 경제성을 높이 평가했다. 공급과 수요의 경제적 원리가 제대로 맞아 성장하고 있는 리포트 시장에 대학생들은 우려의 빛은 전혀 없다.

개인의 데이터를 검색에 노출하여 막대한 검색광고 수익을 내던 기존 포털 사이트와는 달리 저작권도 지켜주면서 수익까지 올리는 일석이조 레포트 시장이 그들에게 더 없이 예쁠 뿐이다.

지식 상거래화의 양지와 음지

이미 지식시장은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이 40%나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지식시장이 그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익을 안겨 주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단순하게 귀차니즘으로 가득한 대학생들의 리포트 ‘땜빵’사이트가 아닌 새로운 경제활동의 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늘 음지를 달고 오기 마련이다. 리포트 거래가 활발한 만큼 리포트를 받는 교수님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고려대의 경우, 리포트를 홈페이지에 제출 할 때 내용의 반 이상이 기존 인터넷상의 자료들과 겹치면 감별해 내는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놓았다. 대학생들의 리포트가 도덕성을 의심받아 감별까지 받아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우리대학에서 독서세미나를 강의하는 한 교수는 학생들의 리포트 거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1주일마다 많은 학생으로부터 리포트를 받지만 독창적인 리포트는 찾을 수 없다. 자신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리포트가 주를 이룬다”라고 현재 대학생들의 실태를 말했다. 이어 “사고하는 즐거움을 빼앗긴 이상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리포트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남에게 걸러진 지식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리포트 거래의 부정적 측면을 설명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남이 만들어 놓은 지식만을 고를려고 하는 것은 ‘뜬 구름’잡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무턱대고 지식의 재생산이라 둘러대기에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음흉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이 부끄럽지 않은가. 

구매자와 판매자의 잘 조화된 욕구속에서 나타난 리포트 거래 시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장을 창출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정당한 행위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물론, 그 문제는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편리함은 또한 쉽게 버려 진다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긍정적인 면에 눈이 부셔 눈을 감고 가는 것은 어떤 사태를 초래할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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