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부문 심사평
시 시조 부문 심사평
  • 양연경 기자
  • 승인 2006.11.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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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옥(영문) 교수


 덕성여대신문사로부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와 시조부문 심사를 맡아달라는 난감한 부탁을 받고 과연 시란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시에 관한 여러 정의의 공통된 점은 시에 관해 정의내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영문학을 공부하는 내게 가장 익숙한 시에 관한 정의 가운데 하나는 영국 낭만주의 대표적 시인인 윌리엄 워스워즈(William Wordsworth)가 시란 ‘강렬한 감정이 자발적으로 흘러 넘친 것(the spontaneous overflow of powerful feelings)’이라는 정의이다. 이는 강렬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그대로 여과 없이 분출한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먼 훗날 고요한 순간에 반추하면서 과거의 그 감정을 다시 걷어 올리는 것이라고 워스워즈는 부가설명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영국의 시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에 응모한 학생들의 시에서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도 없었고 그 감정을 조탁해서 정교하고 응축된 언어로 표현한 시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출품작은 늘었으나 아쉽게도 글의 수준이 나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어느 날 아침의 햇빛과 그림자」와 「헌화시」를 놓고 고민하다가 「어느 날  아침의 햇빛과 그림자」를 우수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어떤 평범한 순간 어른거리는 햇빛을 보고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생각해내는 과정이 거칠게나마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제출한 다른 두 편의 시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었다.「헌화시」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으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인생의 어떤 진면목, 우리가 어느 순간에 잠시 엿보는 어떤 진실의 일면을 잡아내지 못하고 감정의 토로만으로 그치고 있다.
플라톤은 이상 국가를 설립 하기위해서 가장 먼저 추방되어야할 존재가 바로 시인이라고 했는데 이는 시인이 지니는 상상력의 힘을 가장 비범하게 인정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상상력이 만드는 가공의 세계가 사람들의 이성을 흐리게 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언어로 존재의 핵심을 포착해내고자 하는 작업에 용감하게 발을 내디딘 모든 응모 학생들의 용기와 재능에 찬사를 보낸다. 덕성여대 재학 도중 덕성여대신문사 주최 학술문예상 광고를 보면서 마음만 설레다 한 번도 공모해보지 못한 용기 없는 선배였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좋은 작품으로 응모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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