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연결망, 자연과학과 연합으로 연구한다.
사회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중 하나가 '사회는 개인의 합(合)이 아니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어떤 식으로든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따라서 이 관계의 구조와 변동을 관찰하는 것은 사회학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연결망분석도 이러한 사회학의 기초적인 사고에서 출발하지만,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계의 최근 연구들과,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지금까지 규명되지 못했던 다양한 관계의 구조와 성격을 새로운 방법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노드(Node), 링크(Link), 모드(Mode), 허브(Hub), 커넥터(Connector) 등이 이들이 사용하는 개념적 도구들이며, 고도의 컴퓨터 프로그램(NetMiner, UCINet 등)을 사용하여 사회적 관계들의 구조와 동태를 단순 명료하게 특성화/요약하고 그 결과를 아주 아름다운 그래프와 그림들로써 가시화시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이 방법론이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이다. '2단계만 연결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되는 사람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관계의 연결망이 조밀하고 두터운, 말 그대로 작은 세상(Small World)으로서의 한국사회에서 사회연결망분석은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조사, 실험, 임상 등 사회적 또는 사회학적 사실이나 대상들에 대한 통제된 관찰들은 언제나 이론적인 선(先)인식을 전제로 한다. 모든 문제 제기와 관찰은 이론에 의해 인도되는 것이며 - 연구과정에 대한 설명을 넘어서게 되면 - 궁극적으로는 이론적으로만 검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든 (질적/양적) 방법론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고, 도구의 세련됨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왜,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누가 어떤 질문을 왜 그리고 어떻게 하는가를 '사회학적'으로 다시 질문하고 이해/설명하는 작업과 관련되어 있다. 이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분석도구로서의 사회연결망분석도 이러한 '이론적' 질문 앞에서 계속적으로 자신을 단련시켜가게 될 것이다.
학문의 진정한 새로움은 단순한 새로운 도구적 수단들의 개발을 넘어서서 이러한 작업들이 그 이론적 시야를 넓혀가고,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서사(書辭)'를 창출해 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에 있어서만 발견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도그마에 대한 거부를 그 유일한 도그마로 하는 사회학에 있어서 이러한 노력이 다른 어느 학문분야에서보다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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