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사는 남자
빛의 속도로 사는 남자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7.03.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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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핸드아웃 프린트에서부터 교재 제본, 공책 필기 복사까지 다양한 이유로 덕성인들은 이분을 찾는다. 더욱이 쉬는 시간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바로 학생회관 1층에 위치한 복사실의 김원섭 점장님이다.
종이 특유의 냄새와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복사기가 내는 기계음 가득한 이곳.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문을 여는 복사실이다. “9시를 조금 넘어서 문을 열었던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문밖까지 줄을 서있어서 깜짝 놀랐었죠. 그 후로는 시간을 어겨본 적이 없어요.” 철칙 같은 업무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하나 더, 이곳 업무의 생명은 스피드. 잠깐씩 한꺼번에 학생들이 붐비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점장님의 손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재빠르다.
일을 하다보면 약시를 준비하는 약대생들을 접할 일이 많다. 점장님은 시험 앞에 초조한 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얼마 전부터는 약시교재를 찾아보기 쉽게 목록으로 정리해 이용하게끔 만들었다. 점장님은 약대생들의 높은 약시 합격률이나 이따금 취업을 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찾아오는 졸업생들을 접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
점장님의 덕성인 사랑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종종 학생들이 지갑을 두고 와 신분증을 맡기고 다음에 돈을 내겠다고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서로를 믿기 때문에 그때마다 다음에 내라고만 할뿐 신분증을 받아본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설령 학생이 깜빡 잊어 돈을 못 받는다 하더라도 그만이다는 마음 좋은 점장님. “하지만 기분 좋게도 덕성인 중 한명도 그냥 지나쳤던 학생이 없어요.” 최근엔 고화질 컬러복사를 위해 먼 곳까지 가야 하는 학생들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고가의 장비지만 컬러복사기를 구입하게 되었다는 점장님의 말에서 학생들을 위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점장님이 덕성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붐비는 시간에는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재촉하는 모습으로 복사실을 이용해 왔는지도 모른다. 차례를 지키지 않고 창구에 모여들어 목청을 높이던 모습, 직원들이 복사 업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것을 앞 다투어 내밀며 성급하게 굴던 우리의 모습을 버리고 여유 있게 기다려 줬으면 하는 것이 점장님의 작은 바람이 아닌가 싶다.
5,000명 덕성인들의 학업을 위해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는 김원섭 점장님에게, 우리 오늘부터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오윤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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