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그대를 웃게 하리라
게시판, 그대를 웃게 하리라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03.17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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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를 넘어선 여론의 장 … 악용 사례로 몸살 앓기도
 

 

초등학생 시절 우리는 선생님이 칠판에 써주시는 것을 보고 그대로 알림장에 썼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담임 선생님의 조회와 종례에 귀를 기울이며 내일은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2007년 대학생이 된 ‘땡칠이.’ 이제 그대에게 누가 이것저것을 알려줄 것인가? 없다. 아무도 그대를 찾아가 할 일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 빈자리를 채울 주인공을 소개하겠다. 대학 생활 내내 온갖 정보를 다 감싸안을 게시판! 게시판의 등장이 아마도 큰 감흥을 느끼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게시판이 답답한 속을 풀어주고, 울분을 토해내면 받아주고, 나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는 완전 소중한 역할이라면, ‘빨리 게시판과 친해지길 바래’라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대학에서 활용도가 높은 인터넷 게시판의 존재는 당연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안지혜(단국대 무역 2) 학생은 “학교홈페이지에 게시판이 없다면 누가 홈페이지를 이용하겠는가?”라며 게시판이 없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은 편하게 자리잡고 있지 못한다. 선동적 게시물, 허위 사실 유포물 등이 게시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는 인터넷 게시판의 존폐여부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게시판에 숨어있는 백만불짜리 가치를 찾아

올해 우리대학 새내기가 된 강난희(경상학부 1) 학우는 “수강신청 때문에 혼란스러웠는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복잡했던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며 게시판에 답글을 달아 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처럼 인터넷 게시판은 동기간, 선후배간 또는 학생과 학교간의 의사소통 공간의 역할을 한다. 소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대학이 인터넷 게시판을 활성화 시키는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최근에는 인터넷 게시판이 기회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내 부서에서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빠르게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직접 자신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취업특강 정보, 공모전 정보, 어학연수 정보 등을 손쉽게 게시판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졸업을 한 박현범(동국대 경영 00)씨는 “재학 중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기업의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때의 성적이 좋아서 졸업과 동시에 취업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게시판에서 ‘심봤다’를 외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게시판은 단순 정보 공유뿐만이 아닌 인생에서 백만불짜리 가치를 가진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뜨거운 여론의 장이 까맣게 물들어 버리기도

이은경(서강대 영문 92) 씨는 “내가 대학을 다닌 그 당시에 학내 게시판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에 여론의 장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현재 대학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인터넷 게시판이 맡고 있는 것 같다”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였다. 이씨의 말대로 요즘 대학생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우가 많다. 학내에서 일어난 소소한 불만들을 꺼내어 놓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를 당한 일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글이 올라올 경우 학우들은 함께 분노하고 해결방안을 살며시 제시해주기도 한다. 여기에서 끝난다면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우들끼리의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남겠지만 현재 대학 게시판에서는 보기 드물다. 이유인 즉, 외부광고나 허위사실, 선동적 게시물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 바람이 심한 선거철에는 대학 게시판도 외부 후보들의 비방으로 넘쳐나고 있어 대학 관리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떠도는 학교 소식을 외부로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자유게시판에 ‘로그인’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하는 학생들을 선동하려는 글들을 가려내야 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렇게 민감한 문제들이 반발하다보니 대학 측은 갑작스런 게시판을 폐쇄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까맣게 물들어 버린 게시판은 대학 내 성숙한 게시판 문화를 헤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다. 대표적으로 한양대의 경우 2002년부터 시행된 ‘게시판 운영위원회’제도를 통해 게시판 사용자의 권한, 글 삭제 기준, 운영규정 등을 총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자유롭게 토론의 장을 열어가며 의견을 펼치라고 있는 자유게시판에 권력을 투입해 막는다는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응이다. ‘깨끗한 웹문화냐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냐’ 게시판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의 아쉬움은 짧게 끝내고 부풀대로 부풀어 버린 마음을 감출 길 없는 땡칠이 들과 대학 게시판의 첫 만남은 이미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대학생활을 알차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새로운 파트너 게시판. 땡칠이들이 게시판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게시판이 처음 만났던 옛 담임 선생님들 보다 어색하지 않은 땡칠이들 일 것이다. 하지만 게시판의 두 얼굴을 기억하자! 활용 방법에 따라 백만불 짜리가 될 수도 있고 진흙탕을 헤엄치는 꼴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게시판을 통해 동기애, 선배애, 애교심을 느끼고 내 인생의 기회를 잡게 해준다면 그 얼마나 좋지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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