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날개 달기] 문학의 깊이를 유유하게 들려드립니다
[상상에 날개 달기] 문학의 깊이를 유유하게 들려드립니다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7.03.2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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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문학을 들려주다> 이범 연출가

*연극 <문학을 들려주다> 이범 연출가

문학의 깊이를 유유하게 들려드립니다

 한번쯤 생각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작품을 누군가가 들려주면 어떨까. 어떤 미동도 없이 가만히, 그저 묵묵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 재밌게 읽은 문학작품을 매달 다른 작품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연극이 있다. 바로 6월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8시 홍대 앞 이리카페와 카페팩토리에서 공연되는 연극 <문학을 들려주다>이다. 이 연극은 서울문화재단의 2007 시민문예지원사업 연극부문 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독특하지만 어쩌면 자연스러운 상상을 한 이범 연출가를 만났다.

-3월 연극 <내 아내의 일기장>(은희경 작)과 <새장 속의 나비>(정미경 작)를 통해 현대인의 의사소통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굳이 연극적으로 욕심을 내지 않아서 어렵지는 않았다. 일부러 연극으로 만들려 하지 않고 원작을 그냥 읽었다. 배우들과 매일 모여서 읽고 얘기하고. 배우에게 원작의 내용이 ‘네 인생과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연극을 봐서 알겠지만 세련되지 않고 투박하다.

-매달 연극마다 부제가 있는데, 이달 연극의 부제는 <코끼리는 쿠키를 좋아하지 않는다?>이다. 무슨 뜻인가?
 맨 처음 부제를 ‘현대인간의 소통에 관하여’라고 정했더니 연습을 보고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난해하게 부제를 정하면 도대체 누가 연극을 보러 오겠냐고 하더라. 가벼운 부제가 어떠냐는 말에 <코끼리는 쿠키를 좋아하지 않는다?>로 정했다. 별 뜻은 없는데 묘한 뉘앙스를 준다. 코끼리가 쿠키를 좋아할 수도 안 좋아할 수도 있다. 코끼리의 긴 코가 조그만 쿠키를 집는 이미지를 상상할 수도 있다.

-원작을 거의 희곡화하지 않았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인가?
 물론이다. 이 연극을 보고나서 관객들이 원작이나 작가를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봐줬으면 좋겠다. 작품에 대해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 수도 있지만, 이 연극을 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실제로 한 관객이 원작인 소설을 읽어본다고 하더라. 그런 환기가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특별히 대사나 지문이 없어서 배우들이 연기할 때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을 것 같다. 그만큼 소설을 연극에 적용시키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떤가?
 공식클럽에 매일 연습일지를 쓰고, 원작의 작가, 문학나눔콘서트, 희곡낭독공연, 러시아 연출가 카마 긴카스의 이론, 최근 연기이론서의 내용에 대해 배우들과 공부한다. 사람은 자기의 얘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때 갑자기 일어나는 등 상황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 연극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으면 일어나서 표현하라고 했다. 또 자신 없는 부분은 앉아서 읽어나가라고 했다. 그동안 다들 원작을 거의 80번 읽다보니 원작과 똑같은 이미지를 추출하게 됐다.

-공연장소가 특이하다. 연극이어서 대학로 어느 소극장에서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홍대 카페다.
 취지하고도 맞아떨어진다. 만약 우리가 하는 게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려 했다면 극장에서 공연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학을 들려주는 것이다. 현장에서 오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연극을 보다가 지겨우면 차를 마실 수도 있다. 문장을 들으며 ‘이 소설이 이런 거구나. 원작은 어떨까?’ 하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무대가 따로 없다. 배우가 연기할 때 옆사람 얘기를 듣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히 배우가 관객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오거나 심지어 카페 밖에서 연기를 할 만큼 동선이 특이하다.
 배우라는 사람이 작품 속 인물이 돼서 그 인물을 아주 뚜렷하게 표현하는 것은 힘들다고 봤다. 배우는 문학을 들려주는 중간자다. 느낌이 오는 부분에 감성을 담아 들려줄 때는 배우지만 다른 배우가 연기할 때는 자유롭게 지켜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무대에 있으면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할 게 생각나지 않으면 나가라고 했다. 단순히 문학을 들려주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자율성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배우에게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만의 연극이라는 게 있다. 글쎄, 그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항상 의문을 던졌다. ‘그건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이렇게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자기가 만들었으니까 하라는 것이다. 연습을 보러 온 사람이 심지어 왜 저렇게 배우를 방기하냐고 하더라. 하지만 강요할 수가 없다. 감정을 내는 지점에서는 같이 연습했지만, 문어체 부분은 잘 읽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읽어야 한다.

-연출가로서 배우와 소통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가?
 그냥 배우와의 작업에서 정직하려고 한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또 배우와의 소통에 있어서 직접적인 것을 좋아한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배우에게 작업 배경이나 흐름에 대해 설명해주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공연을 봤을 때 미흡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 생각인가?
 아직도 배우가 대사를 말할 때마다 정지해서 정면을 바라본다. 말하면서 객석으로 걸어가고, 자기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라고 배우들에게 말한다. 그런데 그동안 배우들이 일반적인 연극을 해서 잘 고쳐지지는 않는다. 왠지 중앙에 와서 말을 해야 할 것 같고 정면을 봐야 할 것 같은 것이다. 그런 것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연습을 하다보면 문학작품에 굉장히 깊이가 있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런 발견은 머리로 했는데 과연 감성으로 표현이 됐는지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객석을 그대로 두고 문학을 들려준다고 했는데 마치 무대를 만든 것처럼 보였다. 여느 연극무대와 뭐가 다른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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