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반대로 요사이 몇 주간은 언론의 ‘열정’이 넘치는 주간이었다. 두 명의 ‘국민동생’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가 그 대상이었다. 국민여동생 김연아 선수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잔치의 막을 열더니 이어 국민남동생 박태환 선수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07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례로 따내며 국민들과 언론을 설레게 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피겨와 수영, 두 분야에서의 활약이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다. 언론은 연일 두 선수와 관련된 기사를 실었고 두 선수에 대한 ‘범국민적 팬클럽’ 조성과 스포츠영웅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지나치면 안 한만 못하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두 선수에 대한 언론의 ‘열정’은 너무 과도했다. 온라인 미니홈피 일촌인 두 선수가 주고받는 사소한 일촌평까지 유수 언론에서 기사로 내보내더니, 텔레비전에서는 두 선수의 어린 시절에 이어 신체구조까지 알아보자고 나서고 있다. 행여 나이어린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짜릿한 사랑놀음하는 연인들도 아닌데 언론이 쥐고 흔드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간극은 너무도 크다. 조금만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면 이내 주체할 수 없는 관심의 열정이 뒤따른다. 이러다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아슬아슬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불쌍한 영웅들만 존재하게 될까 두렵다. 냉정에 열정을 더하고, 열정에는 냉정을 더하자. 차분하게, 조금만 더 신중하게 바라보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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