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르포]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서울여성영화제 르포]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04.14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여성영화제 르포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호랑이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날아갈 것 같은 피리를 문 소녀. ‘우리’를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날, 지난 6일 그 소녀는 우리를 9회 서울여성영화제에 초대했다.

여성의 시각과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자

지난 5일 개막한 서울여성영화제가 한창인 신촌 아트레온관(1관, 2관, 4관)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열과 젊음의 거리답게 오고 가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여성영화제 기념품 판매대를 지나 아트레온 매표소 입구에 다다르자 서울여성영화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피부색깔과 표정을 지닌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는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서울여성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인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답게 그녀들의 다양한 얼굴을 담고 있었다.  

29개국의 100여개의 작품을 선보인 이번 서울여성영화제는 총 7개의 분야로 나눠 영화를 상영하였다. 이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여성영화 감독부터 데뷔작을 선보이는 신인 여성영화 감독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품들이 선보인 ‘새로운 물결’ 분야를 포함해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라는 주제로 소수자들로 이루어진 여성을 다룬 ‘퀴어 레인보우’와 ‘제국과 여성’ 그리고 이주 여성 특별전, 청소년 특별전,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 특별전이 진행되었다.

나의 모습, 우리네의 모습을 그린 이주여성 영화

금요일 6시에 상영하는 이주 여성 특별전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에 속해있는 <달려라 아차오!>와 <멋진 그녀들>을 보기 위해 표를 끊었다. 지하 3층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6시가 다 되어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자 어느 새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속속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감독의 대화가 있는 6시 상영시간은 영화만 상영하고 그치는 일반 상영시간대보다 더 기대를 갖게 했다.

‘달려라 아차오!’가 먼저 상영되었다. 4년 전 대만 남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두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아차오라는 여성을 그린 영화였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차오는 2~3년 후에는 자기 이름의 식당을 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침 6시부터 밤 늦게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한다. 당신은 너무 돈만 버려고 한다는 남편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아차오는 아이들과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대만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으며 일하는 아차오가 남긴 “다 똑같은 사람이잖아요”라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30분 동안의 상영시간이 끝난 후 아차오를 통해 우리네 엄마의 삶, 이주 여성자의 삶을 곱씹으며 그 다음 ‘멋진 그녀들’이 상영하길 기다렸다.

곧이어 <멋진 그녀들>이 상영되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멋진 그녀들>의 주현숙 감독이 나와 눈물을 훔치며 영화에 등장한 이주 여성자들이 모자이크 처리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였다. 늙어서 눈물이 많아지나 보다라는 감독의 우스갯소리는 오히려 ‘멋진 그녀들’이란 영화에 애착을 보여주는 듯 했다. 국제결혼 이주 여성에 관한 작품인 ‘멋진 그녀들’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 처해있는 이주 여성을 만났다. 그러나 촬영 도중 감독 본인의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작품은 임신과 출산한 이주여성에 더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이주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은 다시금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처한 상황은 불행이지만 나는 배 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행운이다”라는 한 이주여성의 목소리는 자신 안에 있는 생명을 감사히 여기며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여성이 얼마나 강인하고 아름다운가를 느끼게 했다. 영화가 끝나자 영화에 출현한 필리핀 이주 여성인 멜로디씨와 함께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감독이 이주 노동자들을 다루는 이유, 영화의 초점이 출산에 맞춰진 이유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영화를 더 이해하고 감독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민유미씨는 “과제 때문에 서울여성영화제를 오게 됐지만 영화를 통해 이주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고 감독과의 대화로 심층적으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 영화제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과의 교감신호를 찾아서

8시가 되어서 6시에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끝이 났다. 신촌에 위치한 ‘몽환’이란 클럽에서진행되고 있는 서울여성영화제 부대행사인 퀴어나잇 파티에 함께 하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퀴어나잇파티는 일반관객과 함께 퀴어 커뮤니티가 함께 어우러지는 다양성을 즐기기 위해 마련되었다. 9시부터 시작한 퀴어나잇 파티는 DJ지누를 비롯해 DJ Tayo, DJ Sarija, VJ Youngshin이 출연하는 그루브 댄스 파티, 힙합그룹 Chapter2의 공연, 드랙퀸쇼와 드랙킹쇼를 가졌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퀴어나잇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을 보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서울여성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포럼, 파티, 공연 등의 부대행사를 준비하였다. 또한 올해는 관객쉼터 ‘관객다방’을 새롭게 선보이며 영화제 정보, 인터넷, 간단한 간식 등을 무료 서비스로 제공했으며 ‘놀이방’을 준비해 영화제를 찾은 여성관객들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영화가 주는 감동 그 이상의 즐거움과 매니아부터 처음 서울여성영화제를 접하는 초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서울여성영화제. 자유롭고 열정적인 축제의 장이 되어 관객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려는 서울여성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여성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