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터뷰]육군사관학교 훈육장교 장현주 대위
[사회인터뷰]육군사관학교 훈육장교 장현주 대위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04.14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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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터뷰: 훈육장교 장현주(29) 대위

“난 할 수 있고 안 되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여자이전에 군인으로서의 당당한 발걸음


생도들과 체육을 하느라 머리가 많이 헝클어졌다며 멋쩍어하는 장현주 대위. 육군사관학교 행정안내소 정문을 지키는 헌병을 보자 마음을 졸였던 기자는 장현주 대위의 인사에 딱딱하고 근엄할 것만 같은 군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새 누그러지고 있었다.


장현주 대위가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딱이다, 딱!”이라고 했다. 평소 행동과 성격이 털털했고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즐겨했던 터라 주변 사람들은 생도생활이 잘 맞을 거라고 했다. 부모님 역시 대찬성을 하였다. 그리하여 육군사관학교 58기로 입학한 장현주 대위는 여생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군인이 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4년 동안 교육을 통해 군인이란 무엇이고 병과가 무엇인지 배우면서 구체적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장현주 대위는 학창시절 활발하고 적극적인 생도였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욕심이 많은 편이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여서 수영을 잘하는 남생도를 붙잡아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웠던 기억이 있다”는 장현주 대위는 남생도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을 즐겨했다.

육사에는 현재 38분과 동아리가 있다. 육사생도라면 누구나 1년 동안 동아리를 선택해 활동해야 한다. 장현주 대위는 수빙부, 수기부, 태권도부, 소프트볼 등 매년 다른 동아리를 들어 다양한 운동을 배웠다. “외출이 통제되어 자유롭지 않고 답답하지만 오히려 학교 내의 문화 시설을 충분히 이용해 자기 계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생각으로 장현주 대위는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힘썼다. 


비록 많은 남생도와 함께 생활하지만 학교 내에선 큰 마찰은 없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 군사 훈련을 받을 땐 서로 예민해져 있는 터라 여생도가 먼저인 식사순번과 남생도들에 비해 여유 있게 사용하는 텐트에 대해 남생도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장현주 대위가 생도일 때는 남생도와 여생도 구분 없이 동등하게 훈련을 받았다. “훈련 같은 경우 남녀를 떠나 모두 힘든 일이다. 비록 여자가 남자에 비해 근력이 약하지만 그것 역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훈련기간이 생리와 겹치는 날엔 곤욕이 따로 없었다. 더운 날씨에 찝찝함이 더함에도 불구하고 씻지 못하기에 훈련을 다 끝마치고 복귀한 후에야 씻을 수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군인으로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장현주 대위는 남자와 여자를 떠나 군인이고 싶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남자 같냐, 왜 화장을 안 하냐 라는 식의 남군이나 남생도들의 말을 들을 때면 오히려 ‘왜 화장을 해야 합니까’ 라고 되물었다.” 장현주 대위는 군인이 되고자 교육과 훈련을 받기 위해 들어온 곳에서 여자는 여자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걸 강요받는 게 싫었다. 오히려 여자라 군장의 무게를 감축시키겠다는 상부의 지시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여생도도 똑같이 남생도와 같이 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단지 남녀라는 성만 다를 뿐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걸 여자들이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에 불만이 있었다”라는 장현주 대위는 현재 남생도와 여생도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이유로 다른 조건에서 훈련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나도 다 같은 훈련을 받았고 지금 여생도들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자기에게 맞닥뜨린 극한을 이겨내고 성취감을 맛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큰 발전인 셈이다.”

장현주 대위는 소대장을 마친 뒤 육사 동기생과 결혼을 하였다. 장현주 대위 부부는 서로 근무지가 달라 서로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이들 역시 양육문제로 시댁에 맡겨진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현주 대위 부부와 아이들은 따로따로 떨어져 지내고 있다. “첫째 딸 같은 경우 출산 휴가를 끝마치고 군으로 복귀한 탓에 시댁에 맡겨졌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함께 엄마랑 자자고 하면 아이가 할머니랑 잔다며 칭얼거린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또한 군인가족 경우 짧게는 1~2년 근무지가 바뀌기 때문에 가족들은 잦은 이사를 해야 하고 아이들 같은 경우 전학을 자주 가게 되는 편이다. 


군대라는 곳은 절제와 통제 속에서 운영되는 조직이다 보니 보수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다. 장현주 대위는 “군대는 무조건 ‘안돼’ 식의 상하명령복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을 근간해 타당한 논리를 세워 상급자에게 말할 수 있고 납득시킬 수 있는 곳”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군인, 그것도 여군은 학교와 군대 속에서 소수자이기 때문에 배려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심지어 야전부대에서 여군 한명이 들어오는 것도 꺼린다고 했다. 이는 군인이기에 앞서 여자라는 걸 우선으로 여겨 남군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장현주 대위는 “여군 때문에 만들지 않아도 될 간이 화장실까지 설치하기도 했다”며 똑같은 군인으로 서로가 편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제 남군과 여군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볼 때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남군들 속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힘찬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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