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놈의 후유증
연애, 그 놈의 후유증
  • 우먼타임스 이재은 기자
  • 승인 2007.04.14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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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란 생각을 한다. 

그건 대학 간판을 새로 따고 싶어서도 아니요, 새로운 커리어를 설계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 놈의 ‘연애’를 다시 하고 싶어서다. 연애는 한 번 잘못하면 평생의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지우개로 빡빡 지우고 싶은 후회스런 기억들이 아직도 예고 없이 현재로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연애 그 후유증은 지독하고, 무섭다.

1년 반 정도 교제를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자상했고 친절했고 귀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변해갔다. 1년 쯤 지난 어느 날, 그는 한 참 말싸움을 하던 중 “에이. 정말 짜증나. XXX"라며 충격적인 욕설을 했다. 처음엔 너무 충격적이어서 당장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 남녀 간의 관계가 그리 간단한가! 그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며 싹싹 빌었고, 때론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 그는 툭하면 모멸감을 느끼는 욕설을 하곤 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체념이 됐다. “반성하고 있잖아. 게다가 그는 좋은 점이 훨씬 많아. 화가 나서 그랬을 거야. 화가 나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 그렇게 하나, 둘 절대 이해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정당화하고 받아들여졌다.

욕설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심한 욕설을 하는 남자의 80% 이상은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만일 당신에게 남자친구가 욕설을 했다면, 그것이 만취의 상태였든 극한 대립의 상황이었든, 언젠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여성매체의 기자로 취재하면서 수많은 연인폭력의 피해자들을 봤다. 연인폭력은 연인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행위를 말하지만 행동양태는 부부 폭력과 매우 흡사하다. 이들은 대부분  부끄럽고 창피해서 피해 사실을 숨긴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다’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처음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열 번이 된다.

많은 20대 여성들이 ‘사랑한다면’이란 이유로 ‘형편없는 남자’들을 용서한다. 일부 여성들은 사람 한 번 만들어보겠다며 어줍지 않은 모성애를 발휘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주제 넘는 모성애가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화가 날 때마다, 혹은 싸움이 커질 때마다 툭툭 욕설을 하던 남자친구를 뒀던 덕분에(?) 나는 심각한 ‘거지병’을 경험했다. “네가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넌 몰라. 그런데 요즘 넌 그 빛을 잃어가고 있어. 다시 예전의 너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선배의 한 마디는 그와 이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 남자를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나를 방치하고 학대했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무척이나 원망스럽고 가슴 아프다. 혹시, 지금 당신의 예쁜 색깔을 잃어가는 연애를 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둬라! 언젠가 잘못된 지금의 사랑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테니까.

서른이 돼서야 보이는 연애의 난폭함에 대한 세 번 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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