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헌에 대한 단상
[기고] 개헌에 대한 단상
  • 백태열(정치외교학 강사,정치학
  • 승인 2007.04.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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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헌에 대한 단상

2007년 1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개헌을 추진할 것을 발표하였다. 곧이어 3월 8일에는 ‘헌법개정시안’을 공개하였다. 이 헌법개정시안의 골자는 크게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주기일치를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대산정국의 상반기는 개헌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여 대통령의 개헌의지는 비교적 단호해 보인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개헌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운 것을 회피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1948년 대한국민 정부가 수립된 이래 한국의 정치사는 개헌을 둘러싼 대립과 권력구조의 논쟁으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개헌은 필요한 것인가? 무엇보다도 일부 여론에서 나타난 것처럼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시기의 부적합성을 거론한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시기의 적절성과 관계없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필요하다면 추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한국의 정치적 토양에 맞지 않는다면 시기와 관계없이 추진할 근거는 전혀 없다. 현재 논의 중이며 조만간에 정부가 발의할 것으로 보이는 개정안의 핵심은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즉 현재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선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대통령의 임기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소중한 결과이다. 당시에 대통령의 임기를 단임으로 합의하였던 결정적인 요인은 장기집권의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국민적 경험을 반영한 결과였다. 따라서 이제 겨우 20년간 정착된 권력구조의 골간을 또 다시 바꾸는 것은 권력구조의 제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시간이 가고 새로운 변동이 일어나면 기존의 상황을 재검하고 새롭게 정립해 볼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헌법의 권력구조와 정치적 질서체계를 수시로 바꾸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개헌의 또 다른 당위성은 임기 5년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장기적 목표를 추구할 수 없으므로 국가목표를 성취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과된 5년의 임기 내에서 추진할 수 있는 국가사업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임기 내에 완수하는 지도력과 지혜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기적 국가목표를 추진하는 데 시간이 부족해서 성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셋째, 설령 현재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고 해도 얼마나 유지될지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문화적 특성과 성향은 극도로 가변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의 결함이 나타나면 또다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이것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변덕일 뿐이다.

끝으로 현재 개헌안에서 비교적 매력적인 부분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동일하게 하여 임기주기를 맞추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개정의 필요성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이다. 즉 임기의 불일치로 인한 선거의 비용의 증대, 행정부와 입법부의 유기적인 관계, 책임 있는 당정체계, 정당정치의 안정화 등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를 국회의원에 맞추지 말고 국회의원의 임기를 대통령에 맞추어 국회의원의 임기를 5년으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결론적으로 정치공동체에서 거론되는 거의 모든 제도는 고유한 장점과 단점을 각각 갖고 있다. 문제는 국민적 합의와 정치적 토양과 역사적 경험에 기초하여 창출된 제도와 체제를 그 사회에 정착화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정치발전이나 민주주의의 요체를 거기서 발견하는 혜안이 아쉽다.

백태열(정치외교학과 강사,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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