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의 빈부격차, 공공성 회복으로 해결해야
대학문화의 빈부격차, 공공성 회복으로 해결해야
  • 권경우 문화평론가
  • 승인 2007.05.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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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2007년도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 중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698만 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8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7.8%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8.4배로 늘어났다. 사상 평균 소득만 놓고 본다면 빈부격차는 사상 최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빈부격차는 기본적인 삶의 질 저하라는 문제를 야기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경제적 수준에 따른 여가 및 문화생활의 불평등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가구의 경제수준은 거주 지역과 아파트 평수, 먹거리와 입거리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여가문화와 빈부격차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자유시간과 여가활동을 풍부하게 확보함으로써 가장 높은 소비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이라는 동일 집단 내에서 나타나는 빈부격차는 상대적 빈곤감을 더욱 크게 만들 수밖에 없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신분 상승의 중요한 도구였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당시에는 대학생이 귀했지만, 오늘날 대학생은 젊은 층의 80%에 이른다. 이처럼 오늘날 대학생들은 바뀌었다. 1980년대나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적어도 대학 내에서 대학생들은 서로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령 부모가 부유하더라도 함께 어울리는 데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옷이나 가방 등 외모는 소위 ‘명품’으로 구별되고, 심지어 입학선물로 자동차를 받은 학생도 있다고 한다.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남들과의 동일화 욕망을 드러내는 젊은 세대는, 스스로 명품을 소유할 수 없는 현실이 불만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문화적 빈부격차를 그대로 드러내는 예로, ‘미니홈피’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이 ‘미니홈피’에 열광했던 이유는 남의 사생활에 대한 합법적인 ‘엿보기’와 ‘훔쳐보기’, 나아가 ‘보여주기’의 절묘한 결합이었다. ‘보여주기’는 단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사진첩’을 선택했다. 사진첩은 자신의 일상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뽐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남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에 방문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그들은 부지런히 사진첩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행복한 주말, 행복한 가정, 맛있는 음식, 값비싼 쇼핑, 놀이공원의 즐거움 등을 맘껏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여가활동이 대부분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미니홈피를 관리하지 않거나 떠나는 이들이 생겨난 것도, 어쩌면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와 더불어 타인이 누리는 일상적이고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한다는 박탈감이 중요한 이유였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멋진 카페에 가기 힘든 대학생들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사진첩에 올릴 만한 사진이 없다. 방문객들에게 ‘자랑할 만한’ 여가생활이라는 게 없다. 경제수준의 격차가 온라인 공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결국 미니홈피를 관리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극도로 자신의 노출을 경계한다. ‘미니홈피’는 자신만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철저하게 타인과 자신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가생활과 문화생활은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대학생들의 여가 혹은 문화 생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과거와 달리 대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사회에서 여가와 문화를 경험하지 않는다. 대학 외부의 공간에서 여가시간을 소비하고 문화적 욕구를 채운다. 비록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 공연을 보려면 아주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더라도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의 변화일 것이다. 대학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학 내에까지 술집과 커피전문점 등 상업시설이 차지하고 있다. 등록금은 매년 오르지만 대학생들이 누리는 혜택은 줄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새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에 마치 개선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속 빈 강정’이다. 돈이 없으면 그 시설은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문화를 향수하는 일은 하나의 권리이다. ‘문화향수권’은 경제적 수준, 즉 빈부격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대학이라는 공간은 그 어떤 곳보다도 공공영역이 살아 있어야 한다. 대학의 자치활동을 비롯한 대학문화의 활성화는 새로운 대학공간의 창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문화 향수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사회에서는 문화향수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본이 중심이 되는 대학 공간이 아니라 대학생의 자율적인 활동을 위한 유연한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 공간의 상업화는 결국 대학문화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침해하며 대학생의 빈부격차를 더욱 극대화시킬 뿐이다. 대학공간의 공공성 회복과 더불어 새로운 대학문화의 창조야말로 지금과 같은 문화적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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