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공자
철학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공자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9.0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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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하기엔 너무먼 공자
한국인에게도 공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위인 내지는 성인으로 여겨진다. 이 존경의 거리감은 공자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만들어버린다. 연예인도 무명 시절에 쉽게 만날 수 있어도 스타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 번 스타를 만나려면 절차를 밟아야하고 보안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스타처럼 영접을 위한 준비와 절차 없이도 공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이를 쉽사리 믿지 않고 공자와 만남을 주저하고 있다. 그것은 역사나 신화와 전설이 합작하여 만들어놓은 신격화 또는 영웅화 작업 때문이리라. 같은 사람이라도 '공자'(공 선생님)로 부르면 왠지 우러러볼 뿐 다가가기 어렵지만 '공구'(공씨의 자식 구)로 부르면 만나서 이야기하기 쉬울 듯하다.
 구가 오늘날 한국에 태어났더라면 아마 그이는 왕따가 되었을 성싶다. 구는 할아버지뻘의 아버지와 누나뻘의 젊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3살 무렵에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복 형제 구는 홀로된 어머니와 아버지 없는 성장기를 보냈다. 몰락한 가문이자 왕조의 후예로서 구는 젊은 시절 갖은 아르바이트와 부업으로 생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야 했다. 이렇다면 우리는 오늘날 늦은 시절 편의점의 판매원으로 공구를 만날 수 있다.
 가난, 고립, 상실, 부재로 점철된 삶이어서 그런지 공자는 만족할 줄도 지칠 줄도 모르는 열정으로 모든 걸 가진 어버이가 되려고 했다. 이를 위해 그이는 먼저 생물학적 아버지의 결핍을 사회학적 어버이를 통해 채웠다. 모든 분야를 지도할 선생은 없었지만 그이는 우연히 길을 하게 된 사람으로부터도 지적 자양분을 흡수하려고 노력했을 정도였다. 공자의 언행록 첫 구절도 배움에 대한 열정과 희열을 노래하고 있다. 또 무지에 대해 분노는 한 순간도 빈둥빈둥 놀지 못하게끔 자신을 채찍질하며 구도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공구는 두 분야의 어버이가 되려고 했다. 구는 조국 노나라의 정치적 어버이가 되려고 했다. 개인사만큼이나 조국의 처지도 암담하고 암울했다. 국내로는 신흥 귀족이 발호하여 왕실의 권위는 급격하게 실추되었다. 국외로는 강대국의 틈바구니, 즉 동쪽의 제, 남쪽의 오, 북쪽의 진에 끼여 국제 정세의 변동에 따라 국정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에 공자는 끝내 기회가 없어 실패로 끝났지만 기울어 가는 세계를 바로잡을 혁명을 통해 문왕(文王)과 같은 세계의 어버이가 되려고 했다.
 공구는 대대로 전승된 문화를 소유하고 전승하는 학문의 어버이가 되려고 했다. 이 중에서 예(禮)는 핵심적 가치였다. 물론 예에는 차별적 신분 제도를 공고히 하며 경제외적 강제를 의무로 수용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의 계기가 있다. 우리가 즐기는 놀이와 게임에도 규칙이 있듯이 사람이 무엇에게로 다가서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사귀고 만드는 데에도 삶의 틀이 필요로 하다. 반갑다고 어깨를 툭 치는 게 호의를 나타내는 좋은 버릇이 아니라면 오늘날에 맞게 변형된 예가 여전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삶을 보다 윤기 있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배려와 존중이 결합되는 신례가 논의될 때 우리는 공구에 좀 더 가까리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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