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미장원에서 헤어샵으로
문화기획-미장원에서 헤어샵으로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8.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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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에서 ‘헤어샵’으로
 거리에서 ‘미장원’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미장원 간판들은 '000헤어샵' 류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바뀌는 간판들과 함께 미장원의 내부 장식들도 단순히 '머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과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유리벽, 고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 등 카페를 방불케 하는 이미지들은 과거의 '미장원'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또한 새로운 '헤어샵'의 등장은 소위 동네 미용실과 유명 헤어드레서의 '헤어샵'을 더 이상 하나의 개념으로 불려질 수 없음을 의미하고, '헤어샵'이 단순한 소비공간에서 문화공간으로서 등장함을 의미한다.
 '헤어샵'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들이 원하는 소비자 주체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보조 미용사 없이 혼자서 거뜬히 운영하던 과거의 미장원과 달리 최근의 '헤어샵'은 자기 번호를 가지고 있는 '선생님'들과 '머리감기기'부터 퍼머 과정의 각 단계들을 맡고 있는 위계가 철저한 '스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헤어샵'에 들어서면,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나 깍듯한 태도, 외모의 화려함, 다양한 관련용어와 기구들 속에서 어느 정도  주눅 들게 마련이다. 이를 통해 '헤어샵'의 고객들은 예전과는 다른 관계를 맺게 되는데, 헤어샵이 그곳에 오는 이들을 특별한 태도, 자세, 몸놀림을 갖도록 유혹하고 권유하고 유도한 효과인 것이다. 단골 미용실과 단골 '선생님'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공식화되어 가고, 또 다른 영역들과 함께 20대 여성들의 욕망이 얽혀 주체성의 내밀한 요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공간의 형성
 새로운 공간형태의 출현은 주체성이 형성되는 공간뿐 아니라 권력이 행사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20대 여성들이 '헤어샵'과 맺게 되는 다른 관계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적응을 의미하며, 그 적응은 20대 여성들을 지배하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권력관계들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눈에 머리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작은 미용실에서 '미용사'에게 머리를 하던 이가  '스텝'의 지시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헤어샵'에서 그 곳 '선생님'에게 머리를 하는 것은 분명 다른 권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내희는 그의 저작 『공간, 육체, 권력』에서 "새로운 공간형태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신체 길들이기를 수반하며, 그에 따른 권력의 생산과 통제와 또 권력에 대한 저항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길들여지며, 이에 따라 전에 없던 육체적 취향, 특징, 능력들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인간형태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이렇듯, 끊임없이 새롭게 구성되는 일상의 공간은 '20대 여성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관련된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길들이기를  반복하고 그 여성들이 사회·문화·정치적으로 자신의 다른 모습을 찾기가 구조적으로 힘든 사회에서 유일한 해방구인양  행사하고 있다.
 이제 20대 여성들의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필요하다. ‘외모 가꾸기' 라는 지배의 현장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그들을 둘러싼 ‘일상적 공간’ -  미장원뿐 아니라 가정, 학교 등 사회화의 모든 공간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해 보자.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여성들의 삶을 획일화하려는 ‘일상적 공간들’을 ‘여성’들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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