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만난 가족의 애환을 진하게 그리다
12년만에 만난 가족의 애환을 진하게 그리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06.0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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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물고기의 축제> 이성열 연출가

현대인들에게 가족은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가? 각박한 세상의 흐름에 가족의 의미는 마음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족은 우리의 삶에서 깊은 뿌리가 되어 언제나 가슴에 남는다. 여기 흩어져 살다가 12년만에 모여 현대사 속 가족의 중요성과 진한 가족애를 그린 연극이 있다. 연극 <물고기의 축제> 이성열 연출가를 만나 보았다.

-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목인 ‘물고기의 축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이 다시 모이는 것을 꿈꾸는 막내아들의 자작극이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가족을 모으려는 막내아들. 그의 가장 좋았던 기억은 가족과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였다. 사진도 찍고 함께 놀던 그때를 가장 그리워하던 마음이 12년만에 가족을 모이게 하는 자작극을 시작하게 했다. ‘물고기’라는 이미지는  바다에서 함께 살았어야 했던 그들이 뭍에 나와서 헐떡이고 있다는 연상에서 붙여졌다. 그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물고기와 같다. ‘축제’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현재가 축제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가족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 가족들이 장례식을 하기 위해 모였는데 슬픈 모습보다는 서로의 추억을 회상하거나 엽기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에 관객들은 조금 황당해 했다.
아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감정과 기억을 더듬는 것과 장례식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에 당황해 할 수 있다. 일상적인 관습에서 어긋나는 비일상적인 모습을 관객들은 엽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작가는 아마 그런 모습을 통해서 일상속에 숨겨져 있는 가족의 염원을 그리고 싶어했다. 예를 들어 죽은 아들의 손톱을 깎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들의 죽음을 부정하기도 하고 못 다했던 어미로서의 역할을 아들이 죽은 후에라도 이루고 싶어하는 애틋함을 전해준다. 가족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재연하는 것은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일 수 있고 죽음을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아들의 장례를 치루는 장면 곳곳에서 배경음악이 소란스럽게 삽입되거나 배우들의 몸짓이 역동적이었다. 또한 담담해 하던 엄마가 혼자서 큰 소리로 독백을 할 때는 공포스럽기 까지 했다.
죽은 막내를 화장터로 데려가서 화장을 시키고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가족들이 슬퍼하고 애도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노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막내가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의미를 강하게 전하고 싶어 힘 있고 역동적으로 연출했다. 또한 어머니가 담담할 때는 아들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했을 때이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조문객에 대한 인사와 염불이 환청으로 들리면서 아들의 죽음을 실감하고 아들의 죽음이 실질적으로 다가오면서 공포를 느끼는 장면을 그렇게 나타내 봤다.

- 가족에 대한 관심이 가족이야기를 무대로 올리는 계기가 되었나?
난 별로 가족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원작자인 유미리씨는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다. 유미리씨의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그사람의 언어, 형식, 캐릭터 설정에 많은 흥미를 느껴 그녀의 작품만 벌써 두 번이나 무대로 올렸다. 두 작품 다 흩어진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나 애정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더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유미리씨가 말하는 새로운 일상주의나 사실주의에 관심이 있다.

- 문학 작품을 무대로 옮길 때 가장 신경 쓴 점이나 차별화를 둔 점은 무엇인가?
가장 신경 썼던 점은 일상성에 대한 문제이다. 경계했던 것은 작가가 갖고 있는 세상을 보는 시각의 독한 면을 순화시키는 데 애를 많이 썼다. <그린벤치>의 경우에 특히 그랬고, <물고기의 축제>경우에는 반대로 일상적인 흐름이 강해서 함몰되기 쉬운 표현 기법을 살리는데 애썼다. 문학 작품을 무대로 올릴 때 관객들이 편안하면서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문학적 표현을 가감하고 있다.

- 현재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고 들었다. 평소 강의를 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는가?
특별히 강의하는 것은 없는데.(웃음) 공연제작 지도, 연출하는 것을 봐주기만 한다. 학생들에게 자기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자기생각에 깊게 관심을 가지고 파고 들어가는 것을 모든 일에 적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정보의 다량습득과는 별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많이 알아서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것은 자기 것을 깊게 생각해 보고 여행도 하고 자연과 접하기도 하면서 차츰 깨달아 가는 값진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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