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들의 로맨스에 봄날이 왔다?
그놈들의 로맨스에 봄날이 왔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08.25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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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코드’로 대중화 … 달콤한 포장으로 홀리는 상술에 그쳐

 

 

 

 

 

 

 

 

 

 

 

 

 

 

 

 

 

 

“한 번만, 딱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좋아해. 니가 남자건 여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가보자, 갈 때까지. 한번 가보자.”
요즘 화제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결(공유)이 드디어 남장여자인 은찬(윤은혜)에게 고백을 했다. 시청자들은 ‘남자건 여자건 사랑한다’는 한결의 용기있는(?) 고백에 열광했다. 남장여자를 한 종업원과 훈남 사장님의 사랑은 ‘동성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요즘 드라마, 영화, 연극을 막론하고 동성애를 앞세워 대중에게 다가서는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유하 영화감독의 신작 사극에서 인기배우 조인성이 동성애자 무사로 출연 한다는 뉴스는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와 같은 현상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은 ‘문화에도 진보가 찾아왔다’고 말한다.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의 묘한 우정이 스며있는 영화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드라마에는 심심치 않게 동성커플이 등장하니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진정 우리나라에서도 그놈들의 로맨스에 봄날이 왔을까? 대답은 아니다.

동성애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동성애 코드’
20대 동성애자 인터넷 카페 ‘유이카(YOUTH 2BAN CAFE)’의 한 회원을 온라인 대화를 통해 만났다. 매체를 통해 동성애가 대중에게 점점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드라마나 영화 속 예쁜 남자들에게 열광하는 것이지 동성애 자체를 보는 시각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회의적인 대답. 요즘 동성애를 거들먹거리는 작품들 중 근본적으로 인식을 바꿀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은 거의 없다. 영화 <왕의남자>에서도 광대의 삶이 주된 흐름이고 장생과 공길의 애매한 관계가 애틋함을 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장생과 공길의 애틋함 이것이 바로 대세가 되어버린 ‘동성애 코드’이다. ‘동성애 코드’는 동성애가 새롭고 강렬한 멜로 요소로 활용되는 분위기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동성애 코드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다루지는 않고 대중을 확 끌어들이는 긴장감 조성에만 신경 쓴다. 결국 동성애 코드는 금기로 긴장감을 자극해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기 위한 극적 장치일 뿐 진짜 동성애에 대한 본질은 없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동성애 코드 작품들에서 동성애는 그저 주목을 끌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작품 내에는 이미 ‘동성애=금기’가 전제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결이 괴로워하는 이유도 ‘동성애=금기’라는 공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당연하다는 듯 한결의 번민에 공감을 한다. 이처럼 동성애 코드 작품들은 대중에게 동성애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금기’라는 선입견을 재확인 시켜 줄 뿐이다.

그놈들의 로맨스를 소비하는 그녀들
동성애 코드가 난무하는 이 때, 번쩍 뇌리를 스치는 의문이 있다. 왜 그녀들의 로맨스는 보기 힘든 걸까? 첫 번째, 쉽게 말하자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아직 남성보다 여성에게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아직 그녀들의 사랑을 보면서 온가족이 키득거릴 만큼 개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 코드는 코믹적으로 연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보다 덜 금기시하는 남성들간의 동성애가 웃어넘기기 편했으리라. 단편적인 예로 드라마 <주몽>에서 첩보(임대호)와 사용(배수빈)의 감격스러운(?) 재회 장면은 순간 시청률이 60%가 넘어 명장면에 뽑혔다. 첩보와 사용이 여자 배우였다면 불가능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두 번째, 그녀들이 그놈들의 로맨스를 소비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쓰릴 미>는 동성애 코드로 남성들간의 진한 스킨십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더 이슈가 된 것은 이 공연의 여성 관객 점유율이 90%였다는 점이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5명중 1명은 동성애 코드 작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남성은 15.9%인 것에 비해 여성은 24.9%로 월등히 높았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할 때 제작자들에겐 그녀들 보다는 그놈들의 로맨스가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다. 동성애 코드에 대해 우호적인 여성의 소비심리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물론, 제작자들은 여성들을 위해 매 번 색다른 동성애 코드를 작품에 가미할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지지부진한 이성애에 지친 이들에게 동성애 코드는 신선한 충격이자 놓치고 싶지 않은 흥밋거리일 것이다. 문화계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동성애 코드가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많은 이유들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확실한 것은 동성애 코드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에서만 접하던 동성애라는 개념 자체가 영화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거리김 없이 다가가고 있다.
동성애 코드의 대중화는 소수자의 문화로 취급받던 동성애를 인간애의 한 범주일 뿐이라고 인식시켜준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동성애 코드가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를 우회하게 만든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성애라는 본질과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말하기는 꺼려한다. 그러나 예쁜 남자들이 서로에게 갖는 작은 호기심마저 동성애로 연결해 왈가왈부하는 대중의 모습은 옳지 않다. 오로지 극의 긴장감과 재미만을 위해 동성애 코드를 난무하는 것은 소수자들의 문화에 무관심 한 것만 못하다. 그 놈들의 로맨스에 봄날이 오려면 일단 ‘동성애=금기’라는 갇혀 있던 틀을 깨야 한다. 깨진 틈을 통해 들어오는 진정한 빛 한줄기가 그놈들의 로맨스에 나비가 날아들고 꽃이 피게 할 것이다.

   
▲ 성별이 상관없는 사랑에 대한 욕망과, 사회 계급에 던지는 교훈을 보여주는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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