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人 Korea -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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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08.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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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다르지만 같은 그 속을 들여다보다
 

 

 

8월, 여전히 햇살이 따가운 여름이다. 개강은 다가오지만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일상에 지쳐갈 때 쯤 방학이 끝나기 전 새로운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차를 타고 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고 그렇다고 가까운 공원에 가기에는 아까운 시간, 지하철을 타고 찾아간 그 곳은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귓가에 얽히는 다양한 언어로 인해 새로운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해가 유독 높이 떴던 지난 20일 한 낮의 여름, 발길은 이미 이태원에 도착해 있었다.

 

 


# 이태원 짝퉁천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찾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커다랗게 자리 잡은 해밀턴 호텔과 상가가 보였다. 이태원특구는 크게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을 지나 한강진역을 포함하는 1.4km정도의 길을 가리킨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 사이는 외국요리 음식점과 옷가게로 유명하다. 또 한강진역과 이태원역 사이는 고가구점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태원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국적인 풍경에 카메라를 든 순간 어디선가 “거기 학생!”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주인공은 이태원에서 모자를 파는 노점상 상인 김씨였다. 학생 신문기자라고 하자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김씨가 설명을 하였다.

 

 

 

 “요즘 단속이 어지간히 심한 게 아니야, 상인들도 그것 때문에 사진 찍는 것에는 많이 예민해져 있어서…” 말꼬리를 흐리는 김씨의 표정을 뒤로하고 둘러보자 한 눈에 봐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태원은 쇼핑명소라는 명칭 말고도 여러가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짝퉁천국’. 거리를 조금만 걸어보면 여기저기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품의 이미테이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이태원에는 이미테이션 상품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에게 맞춘 빅 사이즈의 옷이 전문화 되어있으며 이브닝드레스나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과감한 의상을 파는 가게도 볼 수 있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의 정경훈 사무처장은 “이태원에는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좋은 품질의 의류와 외국인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회사원 이현정(31)씨 역시 “명품은 아니더라도 질 좋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의류를 보다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며 “굳이 옷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태원은 이태원만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 좋다. 강남역처럼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면서도 동대문처럼 시끄럽지도 않은 중간의 느낌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처음에는 이미테이션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이태원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공존에도 차별은 존재한다

 

 

 

이태원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두 분류로 나뉜다. 군인과 군인가족, 그리고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미군부대가 이전되면서 현재 군인과 군인가족의 90%가 이태원을 떠났고 상업종사자 역시 30%가량 줄었다. 지금은 이슬람 사원근처에 사는 아랍계 외국인과 아프리카계 외국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혹여 이런 특수성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불편하지 않을까 해서 질문을 하자 이태원 제1동 주민인 김진선(36)씨는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지금은 같은 동네 이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때문에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5월 이태원 제2동에서는 상주군인 30여명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서울 클린데이’행사의 일환으로 같이 지역청소를 하였다. 이런 지역사회 유대와 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는 행사가 지역주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듯했다.

 

 

 

   
▲ 이슬람 서울 성원.

 

 

골목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자 이슬람 서울성원이 보였다.

‘탈레반사건’ 때문인지 성원 앞에는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고 있는 전경들이 보였다. 전경에 기가 죽어 들어가기 전 잠시 서있는데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오던 한 무슬림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가고 있는데 충분히 지나갈 만한 큰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택시가 멈춰 서 크락션을 울리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심지어 창문까지 열어놓고 사과하라고 소리를 쳤다. 계속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만 반복하는 무슬림 여성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전경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들어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모두 한 이웃 같다던 주민의 말이 무색해졌다. 양해를 구하고 올라간 성원에서는 저녁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아잔(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루 다섯 차례 5~10분정도 이루어지는 예배 중 하나였다. 예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중앙회부 이망(이슬람교 예배 지도자)씨가 이슬람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안내를 해주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며 “그런 점이 이슬람교와 아랍계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오해의 소지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분 정도의 성원 구경을 마치고 이망씨가 준 이슬람교 책자와 다른 나라의 이슬람 성원이 찍힌 엽서를 들고 정경들 사이로 성원 밖을 나서는데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짝퉁과 질 좋은 의류, 이웃이라 불리는 외국인과 한국 택시기사 앞에서 고개를 숙이던 무슬림 여성. 지금 이 순간에도 이태원에는 많은 것들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역시 이태원이 앞으로 안고 가야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처음에는 단순히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말 하나로 별난 동네로 생각하고 들어섰다. 그렇지만 나서는 순간 이 곳은 별난 동네가 아니라 여느 동네와 다름없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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