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황은 미래에 대한 준비였다
나의 방황은 미래에 대한 준비였다
  • 김미정 기자
  • 승인 2007.09.08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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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황은 미래에 대한 준비였다
김영미(교양)


내가 강의하는 1학년 대상의 교양과목 중 ‘독서와 표현’은 학생들의 생각을 가장 가까이서 알 수 있는 과목이다. 어느 날 학기 마지막 시간에 “여러분에게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각기 즐거웠던 때를 떠올리며 나름대로 심오한 말과 때로는 유치한 이야기를 했고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그러다 마지막에 한 학생이 심각하게 “전 지금까지 행복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순간 강의실엔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이 정도는 아닐지라도 한창 좋을 시기에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마도 내게 방황의 시기를 구체적으로 꼽으라면 바로 대학 1학년 새내기 때가 아닐까 싶어서 더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당시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내게 주어진 자율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시절 대학입학이라는 최대의 목표를 향해 앞으로만 달려왔기에 대학생활은 나에게 새로운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막상 접한 대학생활은 내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처럼 최루탄과 맞서 싸울 정도의 의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전공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려니 고등학교와 별반 다름없어 답답함과 허무함이 밀려왔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무력감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대했던 인생의 황금기가 고작 이것인가?’하는 실망감에 이어 우습게도 인생이 허무하다는 사춘기적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그러나 한동안의 이런 고민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삶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떤 식으로 살 것인가?’ 하는 어찌 보면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나는 좀 더 많은 시간을 걸려 깨달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 후 목표가 뚜렷해진 만큼 나는 대학과 대학원생활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교내동아리는 물론이고 외부 동아리를 통해 전공과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이러한 고민들은 내게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내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전해주었다.

이후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선택한 일이었기에 극복해가는 방법을 터득해가며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건대 내가 대학생활에서 겪은 것이 진정한 의미의 방황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감이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방황을 한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각자에게 주어진 길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선택할 것 또한 많지 않기 때문에 방황의 기회 또한 적어진다.

그러나 방황을 통해 갈등과 번민을 하고, 또 그러면서 자신을 냉정히 되돌아보며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대학시절의 방황은 미래를 준비하기위한 소중한 과정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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