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필수 제6영역, 전공학생이 넘쳐난다
교양필수 제6영역, 전공학생이 넘쳐난다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09.0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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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부 1학년 오 모 학우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지난학기 교양필수 제6영역 교양 스페인어 과목을 수강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20명 남짓한 수강 인원 중 절반이 스페인어학과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1학년 학생이긴 했지만 3학년 학생도 더러 있었다. 오 학우는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지만 성적은 기대보다 낮게 나와 실망했다.

 

▲ 수강생 중 12%가 전공자, A학점 싹쓸이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누구나 교양필수 6개영역 각 한 과목 이상 수강해야 한다. 그 중 제6영역 한문 및 제2외국어는 1,2학기 모두 동일 과목으로 이수해야만 학점이 인정된다. 2007년 2학기 현재, 한문을 제외한 교양 스페인어, 독어, 불어, 일어, 중국어 등 다섯 개 과목이 이 영역에 개설되어 있다. 교무처 관계자는 제6영역에 대해 “2000년 입학자부터 교양 선택영역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수강하도록 지정했다. 과목과 시간, 학점의 차이는 조금씩 있었지만 제2외국어의 경우 학부제 운영 시 기초 외국어 학습자의 공부를 위한 일환으로 운영했다. 전공자가 아닌 초보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며 다양한 외국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과목”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제6영역 다섯 개 과목을 조사한 결과 영역 전체수강생 793명(9월 7일 오후 기준)중 전공과 같은 제2외국어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은 103명이었다. 전체 수강생의 약 12%다. 교양스페인어의 경우 정원 20명 가운데 9명이 스페인어과 학생이었다. 또한 교양독어 한 강좌의 경우 15명중 13명이 독문과 학생이었다. 그 중 2,3학년은 5명이었다.

현재 우리대학은 성적평가 시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며 전체 수강인원의 15%에 A+(4.5)~A(4.0)성적을, 15~40%에 B+(3.5)~B(3.0)를, 0~30%에 D+(1.5)~D(1.0)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전공학생이 높은 성적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부분의 제2외국어강의가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초학습을 선행한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약 12%에 달하는 전공자가 A학점을 차지하고 나머지 약 3%의 A학점만이 타 전공 학생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애초에 많은 학우들이 다양한 외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이 과목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 전공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전공과 같은 제2외국어강의를 들으면 A학점은 보장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 전공학생은 아무래도 잘해 vs 실력차이 없다
일문과 2학년 모 학우는 지난해 교양 중국어를 수강했는데 C학점을 받았다. 이 학우는 “40명 중 8명이 중문과 학생이었다. 대부분 1,2학년이었지만 실력이 다른 학과 학생보다는 월등히 좋았다. 양심에 찔리지만 솔직히 학점을 잘 받고 싶어 교양일어를 수강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몇몇 강사는 전공 학생이 같은 영역의 과목을 수강한다고 해서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한다. 교양중국어를 강의하는 모 강사는 “약 1/4이 중문과 학생이지만 실력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중문과 학생들이 아는 내용이 나오면 큰 소리로 대답하며 수업을 주도해 타과 학생들에게 위축감을 주는 것은 있다. 전공 학생이 제2외국어를 수강해서 문제되는 부분은 성적의 불균형이라기보다는 수업참여의 불균형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양스페인어를 강의하고 있는 강사 김선웅 씨 역시 “스페인어과 학생들이 있지만 1학년 학생이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들 실력은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같은 선상에 두고 평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타 전공 학생끼리 경쟁할 수 있게 수업을 분반하여 운영하면 좋을 텐데, 학교측의 입장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 분반운영, 전공자 선택 제한, 절대평가제 적용
성신여대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토익 등 6개 외국어를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졸업 전에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영문과, 독문과, 불문과, 일문과, 중문과 학생이 전공 관련 과목을 선택하는 것을 학칙에 의거하여 제한하고 있으며 토익에 한해 전체 학생이 자유롭게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서울대는 올해부터 외국어 강의를 반드시 3개 이상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교과의 특성상 형평성을 고려하여 특별히 외국어 강의에는 절대평가제도를 적용했다.

교무과 정지영씨는 “현재 교양교과과정 위원회에서 교양필수 영역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제6영역도 물론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경되고 조정될지는 잘 모르지만 기존의 운영방식의 미흡한 점들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양필수 제6영역은 현재 보완이 시급하다. 관련 전공자의 수강을 애초에 제한하여 타 전공 학생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스페인어학과 1학년 한 학우의 말처럼 보충학습을 위해 수강하는 전공학생이 있을 경우 평가제를 절대평가로 실시하거나 전공자와 비전공자로 구분하여 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 제2외국어강의를 공평하게 수업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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