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순이와 팬컴은 한끝 차이 다
빠순이와 팬컴은 한끝 차이 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09.08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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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Fan 心)이라는 공통분모 … 표출 방법과 의식에 따라 제갈길
 

  최근 주변을 조금만 살피면 금방 ‘폐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퀴퀴한 방에 쳐 박힌 폐인이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오락프로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의 넓은 바다에서 나올 생각 없는 그런 폐인 말이다. <다모>, <미안하다, 사랑한다>, <왕의 남자>등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 익히 알려진 대로 어마어마한 폐인을 양산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현상이 낯설지 않은 것은 작품에 목 메는 폐인들 훨씬 이전에 우리는 오빠들에게 목 메는 ‘빠순이’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상반기 대중문화를 휘어잡았던 ‘팬덤’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지도 모른다.

 

 

 

 

 

 

 

팬덤이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이다. 왕국을 뜻하는 ‘kingdom'에서 보듯 덤(-dom)은 과거 봉건시대에 한명의 왕을 추앙하는 의미가 스며들어 있다. 고로 팬덤에는 스타를 곧 왕으로 세우는 수많은 대중의 광적인 동경이 담겨 있다. 최근엔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특히 연예계에선 대중적인 스타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을 하나로 묶은 개념으로 쓰고 있다.


일그러진 그러나 진화하는, 팬덤

팬은 스타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열광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스타는 존재한다. 그러나 ‘오빠부대’로 시작해 ‘빠순이’라는 말이 생기기까지 스타들에 대한 막무가내식 애정 표출은 언제나 말썽을 일으켰다. 그래서 스토킹과 음료수 테러라는 일그러진 팬덤만이 전부가 되어버렸던 적도 있었다. 정덕연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중독현상이며 대중문화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이다”며 팬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이 주목받는 이유는 양지를 향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팬심(fan 心)이 사회에 긍정적인 힘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탤런트 강지환의 팬들이 드라마 홍보 스티커가 부착된 3,000여개의 생수를 자비로 구입해 배포한 활동을 들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시민들에게 드라마 대박기원 문구등이 적힌 생수로 직접 드라마 홍보에 나선 것이다. 바야흐로 팬덤을 넘어 팬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팬컴은 팬 컴퍼니(Fan Company)의 약자로 이젠 하나의 기업으로 진화함을 나타낸다. 더 이상 스타를 우러러보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스타를 적극적으로 이끌고 팬들이 관리까지 해주니 말 그대로 팬 컴퍼니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팬컴에 대해 “팬클럽이 점점 프로페셔널해지고 있다. 이런 밑바탕에는 팬층이 30대 이상의 중년층까지 확산 된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프로슈머로 부활한 팬덤

팬층의 확산은 팬덤이 진화하는데 밑바탕이 되었으며 팬컴이 정착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조직적 성격까지 지닌 팬덤은 이제 단순 ‘폐인놀음’이 아닌 산업적 기능을 가진 문화현상으로 변화했다. 과거의 스타산업에선 생산자가 상품을 생산하면(기획사에서 신인을 발굴하면) 대중은 그저 그것을 즐기고 소비하는 입장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팬은 드라마의 결론도 바꿀 수 있고, 간판 내린 영화도 다시 상영관에 올릴 수 있는 무한한 힘을 행사한다. 팬덤은 컨슈머(Consumer)를 넘어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똑똑한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상반기 화제작으로 꼽히는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후회하지 않아>는 ‘후회폐인’이라는 팬덤에 힘입어 4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독립영화로서 최다관객수를 기록한 바 있다. 흥행의 중심에는 역시나 팬덤의 역동성이 돋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참여소비’욕망이 작동한 것. 영화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위해 나서서 모금을 할 정도라니, 이 정도면 이미 팬은 생산자의 한 축이 된 것이다.

 

80년대 초 가수 조용필의 오빠부대를 시초로 90년대 H.O.T 빠순이라 불리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당당히 팬컴을 이룩한 그 이름, 팬(FAN)! 한 사회에서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다가 이제는 문화산업에서 주체를 형성한 팬덤의 변화 요인은 무엇일까? 답은 한가지이다. 성숙한 문화의식. 구닥다리같은 답이지만 현재의 팬덤은 자신의 행동이 곧 내가 사랑하는 스타의 이미지와 결부됨을 인식한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봉사활동, 캠페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스타를 소비하면서 역으로 스타에 영향을 끼치는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스타를 무작정 따르던 무개념의 표본 빠순이, 그리고 스타를 이끌어가는 똑똑한 프로슈머 팬컴. 빠순이가 팬컴이 되는 것은 오랜 시간과 처절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막무가내 사랑법 대신 나와 스타모두 윈윈(win-win)할수 있는 의식만 있으면 된다. 성숙한 문화의식, 늙수구레 하지만 그거면 된다. 결국 빠순이와 팬컴은 내 의식의 유무로 갈리는 한끝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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