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날개 달기]조광화표 사랑, 감성이 아닌 감각으로 표현하라.
[상상에 날개 달기]조광화표 사랑, 감성이 아닌 감각으로 표현하라.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09.29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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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미친키스>연출자 조광화(43)씨


사랑은 맛있다. TV속 연인들은 언제나 즐겁고 그들의 걱정과 고민은 고작 50분짜리 단막극 2회 정도가 지나면 눈 녹듯이 사라져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까. ‘19세 이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독하게 집착적인 사랑을 그려낸 그는 아니라고 답한다. 연극은 당신에게 사랑의 열정이 낭만적 중독인지 치명적 독약인지 물어온다. 제목부터 수상한 냄새가 풍기는 연극 <미친키스>의 연출자 조광화(43)씨를 만나 보았다.

 

 

- 7년 전 초연한 작품이라 들었다.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99년에 처음 선 보인 후 2001년에도 한 번 올렸었다. 당시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극심하게 갈렸다. 지독한 이야기, 광적인 이야기로 포장된 내용 때문에 반감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극을 올릴 때 이야기를 완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몇몇 신들이 추가되었다. 내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꺼낸 부분이 많아서인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번 더 올려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이제야 사람들이 <미친키스>에 등장하는 신들을 어느 정도 익숙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예상대로 전에 비해 반감이 줄어들었다.

   
▲ 연극 <미친키스> 中

- 이 연극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이 연극은 논리적으로 보려고 하거나, 따지기 시작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느끼다 시피 지금은 과도하게 쿨한 시대이다. 상처받기 전에 헤어지고 자신의 감정을 극단까지 끌어내리기를 두려워한다. 모두가 쉽게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자기보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도망가기 보단 자기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물을 극에 담고 싶었다. 쉽게 살고 있다지만 누구나 뜨겁게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지 않는가!

생각없이 웃기기만 한 것은 후에 허무함만을 남긴다. 하지만 감정의 극단까지 뜨겁게 자신을 몰고 가는 것은 오히려 툭툭 털고 일어 설 수 있는 힘을 만든다. 공연을 통해서라도 그 끝의 카타르시스를 대신 보여주고, 말하고 싶었다.

 

- 음악대신 아코디언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아코디언은 어떤 의미인가?


거창한 연주가 없다고 해도 연극에서는 리듬감과 템포감이 상당히 중요하다. 나의 연극에는 그 간 악기가 계속 사용되었다. 연극 자체의 주 감성을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극 전체 느낌과 잘 맞는 것 같다. 연극 <남자충동>에서는 베이스기타를 사용하여 액션영화의 긴박감을 나타냈었다. 계속되는 저음연주는 폭력신을 보고 있을 때의 심장박동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아코디언은 <미친키스>에서 <남자충동> 속 베이스기타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뜨겁게 원하고 열정적으로 잡고 싶어 하지만 놓치는 순간의 아쉬움을 바람을 불어 연주하는 악기 특유의 허망함과 쓸쓸함으로 표현했다.

   
▲ 연극 <미친키스> 中

- 발과 말은 이 연극의 주요요소인 것 같다. 특별히 중요시한 이유가 있는가?


배우들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단어를 쏟아내고, 맨발로 연기한다. 이 연극의 부제는 ‘접촉에의 열망’이다. 마음의 확인보다는 몸의 접촉을 통해서 사랑을 확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감성으로 연기하기 보다는 감각으로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머리로 생각하고 재는 사랑이 아니라 심장을 타고 흐르는 순간적인 마음을 감각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그만큼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들은 항상 감각에 눈을 뜨고 있어야 했다. 고로 맨발은 배우들의 감각을 살리는 하나의 설정이다.


말이 많은 이유는 하나다. 주인공 장정은 엄청난 에너지(열정)를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양의 대사가 필요했고 끊임없는 그의 생각과 느낌을 일시에 쏟아내야 했다. 곧 내재된 에너지의 분출이 ‘말’로 표현된 것이다.

   
▲ 연극 <미친키스> 中

- 당신이 연출할 다음 연극이 궁금하다. 연출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도.

이번 연극은 연기를 하는 배우도, 연출하는 사람도 굉장히 지랄 맞았다. 그래서 다음 연극은 행복한 휴먼스토리를 할 예정이다. 제목은 <소리도둑>으로 내년 4월 쯤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연출이나 극작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세상을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극은 어차피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살펴 표현하는 것이 바로 극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의 삶에만 갇혀 내 안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눈을 돌려 마음을 열고 타인을 내 안으로 초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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