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공부한다
나는 이렇게 공부한다
  • 정혜옥 교수
  • 승인 2003.09.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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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해야 무거운 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공부한다”라는 코너의 글을 써달라는 학보사 기자의 청을 받고 지금까지의 나를 뒤돌아봤을 때 부끄럽게도 제대로 공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학생 때부터 공부한 기억을 더듬어 보기보다는 내가 20여년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했던 이야기를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가 끝나면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토익이나 토플같은 기계적인 공부나, 또 학원에 등록해서 돈을 들여가며 공부하기보다는 영어로 된 소설을 읽어보라는 권유는 줄기차게 했던 것 같다. 원서만 읽는 것이 힘들면 원서와 번역본을 나란히 두고 도서관이나 집에서 하루에 서너 시간씩 읽다보면 어휘를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소설 속의 여러 가지 묘미를 알게된다고 누누이 이야기하고는 했었는데 과연 몇 명의 학생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줬는지는 미지수이다.
   덕성여대를 다니던 시절 주위에 모두 여자들뿐이어서 멋진 남자를 찾아보기 어려웠을 때 - 여대를 다녔다는 점보다는 나의 주변머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 헤밍웨이 소설에서, 말없이 자기 몫의 삶을 감내하면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멋있는 남자들을 만나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헤밍웨이는 미국문학사상 아주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여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 읽기에도 편했던 점이 작용했었다. 그리고 『안나 까레리나』라든가 『전쟁과 평화』같은 러시아소설이나 모파상의 단편선 같은 유명한 프랑스 소설을 영어번역판으로 읽는 맛도 괜찮았던 같다. 잘 알려진 이야기에다가 번역문의 영어는 작가 특유의 어려운 스타일이 사라지고 표준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초보학생들이 영어 원서를 읽기에 어느 정도 용이한 편이기 때문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서점에 가서 방학동안 읽을 소설 몇 권을 정한 다음, 이것을 다 읽으려면 하루에 몇페이지 정도를 읽겠다고 계획한 뒤에 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겨울에는 따듯한 곳을 찾아서 편안하게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항상 권하고는 했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추천하자면 우리학교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서울시내에 또 있을까.
  무언가를 할 때 좋아서해야 부담이 되지 않는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등산갈 때 메는 배낭은 가뿐하게 들면서도 같은 무게의 짐보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들지 않는다. 영어공부도 그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멋진 남자들을 소설 속에서 한번 만나보시라.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나오는 이상적인 남자들은 어떨른지? 『오만과 편견』의 Mr. Darcy나 『엠마』의 Mr Knightly같은.

정혜옥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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