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스포츠신문의 문제점,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가
문화기획/스포츠신문의 문제점,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가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4.1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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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은 소비가 개개인에 달려있어

▲스포츠서울의 홈페이지
언론의 '상업주의' 혹은 '선정주의'와 관련하여 해묵은 논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론이 '성'과 '폭력'을 판매함으로써 수용자가 상업주의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수용자가 이러한 것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언론이 상업주의를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닭과 달걀의 논쟁과 같다. 실제로 언론계에서는 '시청률'이 바닥을 헤매거나 '구독률'이 떨어지면 극약 처방으로 선정적인 소재를 찾곤 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 약발이 먹힌다는 데 있다. 따라서 TV드라마 등에서 내용의 흐름과 하등 관계없는 '야한 장면'과 '잔인한 싸움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최근 스포츠 신문에서 '모 양의 비디오'가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스포츠 신문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스포츠 신문간 경쟁이 과열된 측면도 크다. 특히 겨울철과 같이 스포츠와 관련된 뉴스거리를 찾기 힘들 때, 구독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연예계의 가십거리가 선정주의에 물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누구누구 결혼"이라고 해서 호기심으로 사서 보면, 실제가 아니라 '모 드라마에서 둘이 결혼한다더라'는 식의 기사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치기 목동'의 우화처럼 "늑대야!"에 한 두 번 속으면 정신차릴 만도 하지만 우매한 대중들은 번번이 속아넘어간다. 물론 영악한 스포츠 신문들은 "늑대야!"만 외치지 않는다. 종종 사자나 독수리 혹은 다른 야수들을 동원한다.
 이와 같이 스포츠 신문의 선전선동에 속아 'H양이 누구지?'라는 호기심으로 신문을 사보거나, 인터넷 검색엔진의 인기순위 1위로 'H양'이 뜨는 순간부터 스포츠 신문은 의기양양해서 또 다른 거짓말을 양산하게 된다. 그 와중에 "나는 H양이 아닌데 억울합니다"는 식으로 모 연예인이 기자 회견을 자청하면서 스포츠 신문의 들러리 역할에 나서면 그 여파는 더욱 증폭된다. 이렇게 되면 방송의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갖가지 설을 유포하면서 "비디오를 찾아라"에 동참하곤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밟게 되면 없는 사실도 실제가 되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대중매체의 마력(魔力)이다. 이러한 '마공'에 '내공'이 약한 소비자들은 백전백패하기 십상이다. 더욱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인간의 호기심은 보통의 공력으로 쉽게 극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공력이 약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벌떼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 십여 년 전 스포츠 신문에서 연재 만화를 대대적으로 싣기 시작했을 때 시민단체가 보여주었던 전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현명하게 스포츠 신문을 직접 공격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스포츠 신문도 넓은 의미에서는 '언론'이기에 그 자유를 핍박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회적으로 스포츠 신문의 광고주가 파는 물건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 광고주들이 스포츠 신문에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스포츠 신문의 만화가 정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는 법인지라 스포츠 신문의 선정주의를 대변하던 만화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획득하였다. 또한 만화보다는 '700 서비스'와 같은 음란전화 광고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집단적 힘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터에, 광고주에 대한 압력 행사도 힘들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스포츠 신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의 힘을 빌리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즉 스포츠 신문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비닐 포장을 씌워서 판매하게 한다든지, 문제가 된 기사(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조처를 강구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처방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비닐 포장 판매'만 하더라도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보고 버린 신문의 경우에 책임의 소재를 공급자에게 두어야 할지 내다버린 소비자에게 두어야 할지 모호하다. '법적 처벌' 역시 이해 당사자가 발벗고 나서지 않는 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스포츠 신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길은 결국 소비자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 먼저 소비자들은 스포츠 신문의 상술에 기만당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마약을 끊듯이 해롭다고 판단하는 스포츠 신문은 과감히 구독을 중단해야 한다. "늑대야!"라는 거짓말을 외면한 마을 주민들은 결과적으로 양떼를 잃는 아픔을 경험하였다. 스포츠 신문을 내던질 때도 원치 않았던 아픔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울러 '양치기 목동'의 후회가 스포츠 신문사에게 어떻게 투영될 것인지도 사뭇 궁금하다.
                                                    이상기 한국언론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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