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진정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넌 아니다!
오늘 날 진정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넌 아니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12.01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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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대응과 성소수자 차별·혐오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 행동’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을 살펴보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평등’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31일 헌법을 뒤집는 일이 발생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금(禁)’인지 ‘허(許)’인지 모를 ‘차별금지법’
과거 2000년 초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과 같은 성별이나 장애에 대한 독자적인 차별금지법안들 정도만 있었다. 반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없었다. 그러던 중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차별금지법을 내걸었고 그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차별금지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6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 이후 2007년 7월 법무부로 이관되어 지난 10월 입법이 예고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했다.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듯 했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당할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평등사회 실현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10월 31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등 7개 항목을 삭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개였던 차별금지요인들이 13개로 대폭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차별을 막기 위해 넣었던 ‘성별’ 정의 규정까지 삭제되었다. 또한 실제적인 차별구제 조치인 강제이행금(집행벌)제도 등이 없어져 차별금지법의 취지가 훼손되었다.

동성애자는 차별받아도 상관없다?
7개 조항 삭제에 반발하여 ‘차별금지법 대응과 차별·혐오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 행동(이하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법무부에 질의서를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차별금지 대상이 다른 나라의 법에 비해 너무 많고 중복되어 있는 것도 많아 정리하는 과정에서 7개 차별금지 요인이 빠지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 기독교와 재계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천 투데이 11월 3일자에 실린 어느 법무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성애 조항 삭제조치에 기독교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바있다. 보수단체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이유 없는 공포증, 혐오증인 이른바 호모포비아적인 성향이 많이 드러난다. 이들은 동성애자 차별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애자 천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 활동가는 ‘동성애는 이성애자가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의 흐름처럼 동성에게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적 이끌림’일 뿐이라 했다.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규범에, 주류적인 규범에 맞지 않다고 이들이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 동성애자. 이들도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할 우리 사회의 국민일 뿐이다.
외국의 차별금지 입법사례를 살펴보면 EU는 2000년에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고용과 직업에서 평등대우를 규정한 78호 지침을 제정했고 호주는 ‘NSW 차별금지법’이라 하여 성적 지향, 장애, 나이, 트랜스젠더 등 7개 사유를 이유로 하는 고용, 교육, 재화 및 서비스, 수용시설 등에서의 직·간접적인 차별 모두를 금하고 있다.

   
▲ 사진출처=성소수자 차별저지 긴급행동
7개 항목이 삭제된 차별금지법안을 전면 거부한다!
지난 달 5일 인권·시민·사회·여성단체 등은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을 발족하여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친구사이, 레즈비언 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등 약 50여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으며 90여개의 단체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7개 항목이 삭제된 차별금지법안을 전면 거부하고 있으며 끝까지 통과 저지를 위해 투쟁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중앙정부청사 앞에서의 1인 시위, 무재개 건널목 시위, 범국민행동의 날 연대 투쟁과 같은 집회를 가지는 한편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에 뜻을 같이 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연명과 서명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 대응으로 법무부에 질의서를 보내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여전히 정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다.


   
▲ 사진출처=성소수자 차별저지 긴급행동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의 언론대응팀 수수씨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대선후보자들에게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받아내고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에 어떤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할 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제정되도록 정부대응 투쟁을 더욱 강력하게 벌여 나갈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이 살고 있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그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 일뿐이다. 그 누구도 그들을 몰아붙여 당연히 누려야할 인간의 권리를 뺏을 수 없다. 나와 다른 사랑을 한다고 해서 차별받아도 상관없다고 치부해 버리는 머리와 그렇게 말하는 입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보호하려는 원래의 의도를 엇나가는 ‘차별금지법’이 계속 진행되어서도 안 된다. 같은 하늘 아래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한 현명한 판단은 가장 기본적인 법을 제대로 세우는 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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