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획] 여성가족부 통폐합, 효율성의 흑백논리
[여성기획] 여성가족부 통폐합, 효율성의 흑백논리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8.03.0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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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 통폐합, 효율성의 흑백논리


새로운 정부가 출범되기 전부터 정치판은 들썩이고 있었다. 새 옷을 갈아입은 정부부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아이처럼 불편함을 호소했고, 몇몇 곳은 새 옷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 여성가족부(현 여성부, 이하 여성부)는 사라질 위기에서 겨우 ‘여성부’라는 새 옷을 찾아 입었다.


 

 

> 외면 받는 여성부 정책

 

지난 1월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은 18부 4처 18청 10위원회의 정부조직을 13부 2처 17청 5위원회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45개를 국회로 제출했다. 그 중에는 통일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등의 관련 부처 통폐합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곧 각 여성단체는 ‘사람이 성장하는 데도 20년은 걸리는데 수백 년을 내려온 뿌리 깊은 성별차별관습을 뿌리 뽑고자 출범한 여성가족부가 겨우 7년 만에 통폐합 되다니 말도 안 된다. 씨를 뿌리고 싹이 나자 베어버리는 것과 뭐가 다른갗등의 이야기를 꺼내며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네티즌들이 ‘여성가족부 통폐합은 이전부터 야기되어왔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 여성부가 한 일 중에 호주제 폐지를 빼고는 와 닿는 정책이 별로 없다’며 여성부의 통폐합을 찬성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곧 이런 의견은 비단 여성단체들이 이야기하는 ‘남성우월주의에 근거한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일부 남성 네티즌’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여성가족부의 정책에 누구보다 호응을 보여야 할 여성들도 여성가족부의 통폐합 문제 앞에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이는 그간 수차례 건의 계획을, 어물쩍하게 넘어간 여성부 정책에 대한 여성들의 반발이었다.

 

 

이에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측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유산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에서 성 평등을 다루는 문제는 항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는 초기에 효율성을 가진 가시적인 성과를 포함한 결과물을 생산하는데 오랜 기간이 필요함을 뜻한다. 즉, 단순한 정책시행을 넘어 기존의 인습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중고가 여성정책업무에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여성정책에 대한 결과가 단순히 '여성'의 이기적인 정책 산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과 평가가 받아들여지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생각한다”며 현 여성부의 정책 추진이 국민들에게 이해되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정책은 이동 중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여성부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작년 7월 경 파이낸셜뉴스에서 진행한 ‘제 12회 여성주간 특별인터뷰,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에 듣는다’에는 그간 여성가족부가 실행하던 정책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당시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과 보육문제에 여성부 정책의 큰 비중을 내주고 있었다. 그 중 한 예로 시범사업을 거쳐 진행되고 있었던 ‘아이돌보미 서비스 사업’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부모에게 질병 혹은 야근 등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국가가 양성한 돌보미들이 집이나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대신 돌보아주는 중요한 보육정책이었다.

 

   
▲ <출처=뉴시스>

 

이 정책을 포함하여 2005년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었을 때부터 새로 진행된 정책들은 대부분 여성가족부의 ‘가족’부문에 해당된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당시 자신의 임기 후에도 향후 5년간의 장기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갓 3년 차에 접어든 정책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을 리 만무하다.

 

 

이렇듯 여성부의 ‘가족’정책이 실효를 보이기도 전, 지난 달 29일을 기점으로 새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포, 시행됨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여성부(2본부 1국 2관에서 1실 2국으로)로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가족부(7실 2국 22관에서 4실 4국 17관)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기존의 보건복지 업무와 함께 국가청소년위원회, 여성가족부의 가족, 보육업무 등을 통괄한다.

 

 


여성부는 실상 ‘가족부’의 기능을 잃은 소규모의 부서가 됐다. 또한 여성부에서 처리하던 문제와 정책 역시 계속 이어져 실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각 부서는 효율성이라는 잣대아래 평가받았다. 물론 ‘지금당장’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지금’이라는 현재보다 ‘내일’이라는 미래, 그리고 유연한사고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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