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호 사설
481호 사설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9.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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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를 비관한 일가족 동반자살이 빈발하고 있다. 16일에는 인천에서 명예 퇴직한 50대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고, 추석날인 11일에는 경기도 군포에서 30대 부부와 두 아들이 승용차로 저수지에 돌진했다가 부부가 목숨을 잃었으며, 8일에는 충남 태안군에서 50대 부부와 30대 아들이 승용차에 몸을 묶고 불을 질렀다. 지난 7월 17일 인천에서 있었던 네 가족 동반자살은 올해 일어난 자살 사건 가운데 가장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카드 빚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자녀 3명을 아파트에서 떨어뜨린 후 자신도 몸을 던져 자살한 것이다.
 최근 잇따른 자살 사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살은 더 이상 신문 지면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늘 벌어지는 일상사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8명꼴로 자살하며, 연평균 자살 사망률은 6.43%(인구 10만 명당 8.5명)로 OECD 국가 중 5위이다.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북유럽국가들의 자살 사망률은 감소 또는 답보 추세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살 사망률이 증가하는 국가군에 속한다. 1990년대 연간 7400명 안팎의 자살 사망에서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 1만2458명으로 급증한 뒤 2년간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1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하여 지난해에는 1만3055명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경제 여건이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나쁘고 사회 불안이 심화된 올해의 자살자 수가 2002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비극이 줄을 잇는 등 이른바 자살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살론’으로 유명한 고전 사회학자 뒤르케임은 자살이 사회적 결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에 따르면, 자살은 개인이 집단이나 사회에 적절히 결속되어 있지 못할 때 또는 반대로 지나치게 결속되어 있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복잡성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살은 천차만별의 동기에서 유래한다. 사회보장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알코올 중독, 가정불화, 무력감 등으로 인한 자살 비중이 높은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생활고, 사업 실패에 따른 자살 비중이 훨씬 더 높다. 지난 2000년 생활고, 사업 실패에 따른 자살은 786건이었지만 2001년 844건, 2002년 968건 등 해마다 큰 폭으로 늘었다. 성적 비관 등에 따른 10대 자살은 2000년 466건, 2001년 333건, 2002년 273명으로 줄었지만,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하는 30대의 자살은 경기 침체의 지속과 함께 2000년 2천444건, 2001년 2천446건으로 늘었다.
 서구 사회와는 달리 생활 비관형 자살이 압도적인 우리 사회의 현실은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용카드 빚에 쪼들린 신용불량자,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청소년 등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성장의 지속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빈부격차 축소와 가계 빚 해소를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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