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밴드 유.레.카
이주노동자 밴드 유.레.카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4.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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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life?

 

▲유레카의 <what is life>앨범 

 








  요즈음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한창 논란이 진행중이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38만 명 가량 된다. 이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우리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 재해, 인권침해로 고통 받는 이들이 대다수인 현 상황에서 고용허가제 도입은 필요 불가결의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제도만으로는 이들을 보호해줄 수 없다.

  그것은 사회적 편견의 벽이 매우 두껍고 공고하기 때문이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언제나 배제되고 사회의 주변 부에만 머물렀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생각을 표현할 길은 차단되어 있다. 불법체류자일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 스스로가 제도가 해결해줄 수 없는 사회적 편견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얀마 출신 노동자 7명(베이스에 사나잉, 기타에 소모투, 드럼에 탄진, 키보드에 조투, 보컬에 소툰·처·샤뇨)은 인디 락밴드 '유레카'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작년 12월에 첫 음반 'What is life'를 발매하고, 음반 출시 기념공연을 갖기도 한 '유레카'의 멤버들은 모두 한국에 온지 5년∼8년 정도 된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미얀마에 있을 때부터 음악활동을 해왔고 작사, 작곡실력까지 갖춘 밴드다. 98년 밴드를 조직해 미얀마 공동체와 이주노동자 공동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주로 활동해오다가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온 사진·영상작가 박경주씨의 기획으로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음반에는 '유레카'가 직접 작사, 작곡한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말자는 '꿈의 길'과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형식의 노래 '엄마에게'를 포함 해 나이지리아와 태국, 네팔, 중국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만든 가사에 인디 밴드 '메이데이'의 베이스주자 김종관씨와 독일인 볼프강 인데어 비쉐씨가 작곡한 총 8곡을 담았다. 이 중에 6곡은 직접 한국어로 불렀고 가요처럼 편한 멜로디라서 한국인의 정서에도 잘 맞는다. 

  멤버들은 평일 내내 김포, 포천, 안산 등지의 가구 공장, 박스 공장, 염색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공장에서 힘겹게 일하기 때문에 휴일인 일요일에만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시간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연주 실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가사의 호소력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타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와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들이 음반을 내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인기나 돈이 목적은 아니다.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도 문화를 향유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원하는 한 인간이라는 알리고, 가족과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동료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노래로 표현하고 위로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을 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TV출현과 같은 왕성한 활동은 하기가 힘들지만 이들의 음악은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어 주고 있다.

〈김예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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