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 길이 될, 그녀들의 축제로 초대합니다
경계를 넘어 길이 될, 그녀들의 축제로 초대합니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5.20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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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영화제 피움 오는 23일 개막

“TV에 싸이코패스들의 연쇄살인은 특종으로 보도되죠? 그런데 여성들의 폭력피해는 그렇지 않아요. 왜냐하면 너무나 빈번한 일은 특종감이 안되거든요.” (사)서울여성의전화 란희 사무국장에게 여성의 인권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녀의 말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여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발생 빈도는 50.4%로 두 가구 중 한 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데 80%가 아내에 대한 학대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인권이 ‘폭력’이라는 어둠에 처참히 짓밟혀 가고 있는 지금, 폭력의 뿌리인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고 도전하는 여성들을 알리기 위해 오는 23일 제3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이 개막된다.

영화로 현실의 깊은 문제를 드러내다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서울여성의전화는 1997년 가정폭력 방지법 제정 이후 매년 5월을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로 선포했다. 그 후 2006년 제1회 여성인권영화제를 시작해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다. 여성인권영화제의 개최에 대해 란희 사무국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지속되는 여성 폭력 문제를 영화를 통해 다루면 그 문제의 본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과 대중의 인식차이를 알린 1회 영화제와 여성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력 현실을 고발했던 2회 영화제는 관객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는 23일 열리는 3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본원인이 되는 가부장제의 문제와 그것을 타파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영화제는 12개국 35편의 장·단편 작품이 ▲구조 : 얽힌 타래를 풀다 ▲현실 :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 ▲연대 : 그대 내민 손, 일파만파 ▲치유 : 그대 마음과 만나, 피움 각각 4개의 주제로 나눠 구성되었다. 개막식은 영화제 첫째 날 저녁 8시에 시작된다. 개막작으로는 쉼터 20주년을 맞아 란희 사무국장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쉼터를 만나다>가 선정되었다.


특히 올해는 퀘벡의 여성주의 영상집단 ‘비디오 팜므 (video femme)’ 특별전을 기획해 6편을 상영한다. 또한 영화제 셋째 날인 25일에는 부대행사로 ‘비디오 팜므’ 소속 감독 로젠 포탱을 초청하여 ‘우리가 카메라를 든 이유 ; Camera in your hands’를 주제로 여성들의 현실과 도전에 대해 관객과의 시간을 갖는다.

부끄럽지 않다. 당당히 이겨 낸 그녀들
란희 사무국장의 다큐멘터리 <쉼터를 만나다>가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오른다. 그녀는 “쉼터라는 공간의 본질적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당히 가부장제의 굴레를 벗어난 이곳 여성들의 용기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촬영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단다. 이에 대해 “쉼터에 온 여성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더 새롭게 변화할 자기 긍정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라며 여성인권운동단체 활동가가 본 쉼터와 쉼터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다큐멘터리임을 설명했다.


퀘벡의 여성주의 영상집단인 ‘비디오 팜므’는 여성들이 영화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1970년대에 설립되었다. ‘비디오 팜므’는 이번 영화제의 기조인 ‘경계를 넘어 길이되다’와도 뜻을 같이하는 작품들을 가지고 국내 관객들을 만나러 왔다. 특히 영화 <어둠에서 빛으로>는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자기 삶에 대한 힘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늘을 벗어나 희망을 제시한다.


이런 ‘비디오 팜므’와의 특별한 만남은 여성단체들의 영상물 제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다. 일단 영상물 상영은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대중이 그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상영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느끼게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의 인권실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기에 현실적으로 왜곡되지 않은 시각을 제시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여성은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아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이 힘들어 졌다.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된 삶,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피폐한 삶은 인권조차 위협하고 있다. 그녀들에게는 법적인 제제조치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그녀들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기울여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영화제 포스터를 디자인한 정선아씨는 포스터에 대해 ‘혼자 걸어서는 길이 만들어 질 수 없다. 함께 권위적이고 부당한 경계를 넘어서 나와 어머니와 내 딸의 길을 만들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계를 넘어 길이 될, 그녀들의 초대가 여성을 위한 아름답고 당찬 ‘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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