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르포] 춘천에 휘영청 마임이 떴네!
[문화르포] 춘천에 휘영청 마임이 떴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6.1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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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 6/1까지 열린 2008 춘천 마임축제


 

춘천의 마음을 하나로 묶은 신명나는 축제 속으로

춘천은 참 매력적인 곳이다. 그곳은 호수를 안은 아름다운 풍경이 눈을 사로잡고 ‘원조’ 닭갈비의 매콤함은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춘천이 매력적인 결정적 이유는 살아 숨 쉬는 축제의 무대로 모든 이들을 들썩이게 하기 때문이다.

5월 23일부터 지난 1일까지 10일간 열린 ‘춘천마임축제’는 회색 도시 속 지친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축제는 우리가 찾는 진정한 ‘樂’의 가치를 만인과 공유하고 있었다. 몸, 움직임,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순수 공연과 도심난장이 결합된 아시아 최대 마임 축제, ‘2008 춘천 마임축제’의 1박 2일을 들여다보자.

 

20년동안 잘 자란 춘천마임축제

   
▲ 춘천마임축제 행사에 참가한 여성
춘천마임축제는 국내 마임이스트가 5명뿐이던 1989년, 서울의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개최한 한국마임페스티벌이 그 모태이다. 1세대 마임이스트이자 춘천마임축제의 유진규 예술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춘천마임축제는 절벽 위의 소나무 같았다. 영양분 없이 바위틈에서 자랐지만 뿌리가 튼튼한 소나무처럼 멋지게 자라줬다”고 말하며 지난 20년을 회고했다.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춘천마임축제는 현대 마임, 신체연극, 거리연극, 야외 설치 공연 등 몸, 움직임,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공연예술을 담아왔다. 특히 순수예술공연과 시민 축제가 결합해 어느 세계의 축제보다 다양성면에서 뛰어나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문화관광부선정 최우수 문화 관광 축제’로 선정되면서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 영국 런던 마임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마임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달빛아래 달콤한 즐거움에 취하다

   
▲ Candy Butchers

24일 저녁, ‘달콤한 도살장’으로 탈바꿈한 춘천어린이회관은 우렁찬 색소폰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무리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관객들은 춘천마임축제의 공식초청작인 호주의 유명극단 ‘캔디 부처스’의 <달콤한 서커스 고기>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공연을 앞두고 ‘달콤한 도살장’을 찾은 관객들은 절로 몸이 흔들거렸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데리고 온 주부 김상의(38세)씨는 “도깨비 난장 때부터 참여했던 자리다. 아이들처럼 나도 환상적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며 축제의 흥분을 그대로 전했다.


야외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사이사이로 캔디부처스 단원들이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나눠주며 묘기를 보인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지더니 곧 공연의 막이 올랐다. 무대에서 시끄럽게 팝콘과 아이스크림을 팔며 관객석 사이를 파고들다 계단에서 미끄러지듯이 구르기 시작하는 배우. 무대위는 어디론가 떠나는지 큰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광대들로 분주하다. 배우들은 아크로바틱과 공중 줄타기, 그네 타기 등 현란한 기술을 선보인다. 서커스를 처음 접했다는 군인 이민석(24세)씨는 “사실 내용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웃으며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 호리볼 공연

캔디부처스의 공연이 끝나고 야외 잔디밭에서는 페스티발 클럽이 이어졌다. ‘신들의 저녁’이라는 뜻의 인도 집시 음악 공연 ‘호리볼’은 낯선 음악이었지만 관객들을 유혹하는 듯 무대 앞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축제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음악과 맥주 한잔은 달빛아래 달콤한 도살장에서 사람들을 ‘즐거움’에 취하게 했다.

 

도심은 축제의 찬란함으로 물들고

   
▲ 노아앤우리바이스의 공연
25일 정오, 춘천의 중심지인 명동이 들썩거렸다. ‘도심난장 아!水라장’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모습이기도 했다. 명동, 브라운 5번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거리 마임공연과 길놀이, 대동놀이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미 이스라엘에서 온 노아&우리 바이스(Noa&Uri Weiss)는 축제를 찾은 관객들로부터 둘러싸여 있었다. 꽤 능숙한 한국말로 “잠깐만!잠깐만!”이라고 말하는 우리 바이스 덕에 서커스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아&우리 바이스의 <No Problem>은 ‘장소가 어디든 서커스를 하는 것은 문제없다’를 보여주는 공연이다. 1920년대와 30년대를 풍미한 순회공연 서커스를 표방한 서커스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요소로 박수를 유도했다. 공연 내내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최상열(38세)씨는 “관객을 자연스레 서커스 속으로 이끄는 노아&우리 바이스의 재치가 대단하다”며 큰웃음을 지었다. 비슷한 시각, 브라운 5번가 한 길가에서는 일본에서 온 실부플레(Solvousplait)의 <백색 조용한 커플>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뛰어난 판토마임 테크닉으로 말없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만화를 보는 듯 했다. 때론 웃고, 울고, 화내는 모습에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 일본에서 온 마임공연팀

이 밖에도 춘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몸짓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각형 비닐하우스에 갇혀 무언가를 표출하던 남자,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비닐 하우스 속 사람들을 따라 그리는 남자 등 거리 자체가 이유있는 ‘몸짓’들로 가득했다. 주제 공연은 ‘물’의 이미지를 주제로 수신과 화신의 대결을 비롯해 도심을 일탈, 공감, 난장으로 변화시키는 한마당이 벌어졌다. 그렇게 조금씩 춘천은 찬란한 축제의 빛으로 가득 물들고 있었다.


춘천마임축제가 ‘마임’이 아닌 ‘축제’로 더 풍성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사)춘천마임축제 관계자는 “춘천마임축제는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자 다양한 놀이와 공연으로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라져가는 과거의 대동제가 현대적으로 재창조되어 이시대의 시내 한복판에서 발현함으로 더욱 한국적이며 독창적인 축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며 춘천마임축제가 지향하는 바를 강조했다.


진정한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졌던 춘천. 관객이 관람자가 아닌 축제의 능동적 참여자가 될 수 있는 색다른 경험 또한 안겨주고 있었다. ‘마임은 춘천의 마음입니다’라는 기조처럼 춘천마임축제는 관객들에게 신명나는 하루와 모든 이들과 화합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내년에 다시 우리를 찾아 올 춘천마임축제를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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