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속 리틀맘
대중매체 속 리틀맘
  • 대한사회복지회 대구혜림원
  • 승인 2008.09.2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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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 미화는 옳지 않아


몇 달 전에 딸아이가 재미있게 보던 케이블TV의 '리틀맘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중매체에서 하나의 큰 소재로 10대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 분만의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서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미혼모들은 여전히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소외되어 복지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중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성인들도 성관계를 통해 원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 되는데, 하물며 피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어린 소녀들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는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 분만을 하고 양육을 하는 어린 엄마, ‘리틀맘’은 어쩌면 생명을 존중하고 지켜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리틀맘’이 동경의 대상이나, 본받아야 할 우상이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매체에서 어린 10대 미혼모들이 힘든 상황에서 당당하게 분만·양육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여주어 어린 미혼모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그들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10대 미혼모라는 말 대신 좀 더 밝은 느낌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리틀맘’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만 봐도 그러하다. 작년 미혼모 쉼터인 대구 혜림원에 입소한 192명의 미혼모 중 10대의 비율은 37%에 달하고 있으며, 10대 미혼모 중 양육을 하는 미혼모는 22%였다.

하지만 대중매체에서 보여 지는 ‘리틀맘’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10대 미혼모’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임신을 하게 되는 과정도 개인차(경제적 상황, 가정의 불화로 인한 가출, 이성친구와 교제, 성폭행 등)가 있다. 게다가, TV에서처럼 수술대 위에서 몇 분간의 진통으로 분만하고 곧 아이가 업을 수 있을 만큼 자라는 것도 아니다. 열 달 동안 어린 엄마들은 10대 미혼모라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미혼모시설 대구혜림원에 입소하는 10대 미혼모의 80%는 임신사실을 알리자, 낙태를 강요받고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미혼모들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미혼부, 양가부모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빚는 등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거쳐 분만에 이르게 된다. 분만과정 또한 10대 미혼모들은 성장이 다 이루어지지 않아 자궁이 작고 골반이 협소하여 오랜 진통을 겪고,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분만 후 간병 문제와 몸조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미혼모는 많지 않다. 그나마 미혼모 시설에 도움을 청한 미혼모들은 경제적, 심리적인 면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TV에 등장하는 미혼모들의 모습만으로는 어떤 상황을 통해 임신을 했는지, 10달 동안의 임신 기간 동안 어떤 힘든 점이 있었는지, 미혼부와의 관계맺음은 어떠한지, 실질적으로 양육을 하는 과정에서의 힘든 점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오직 당사자만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에서 편향된 시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심히 우려가 된다.

대중매체는 ‘미혼모’라는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너무 실상을 왜곡해서 또 다른 문제를 유발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편견 해소에서 끝나야할 대중매체의 역할이 현실에서 벗어난 내용을 보여주게 되면, 가치관이 불분명한 10대 청소년들이 환상에 빠져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사회에서는 이들의 실수가 마치 나쁜 죄인 것처럼 바라보는 편견부터 벗어버리고 무엇을 해 줄 수 있고 어떻게 도움을 주어 건강하게 사회의 품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매체가 무조건 이들을 미화하고 덮어놓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것은 아직 올바른 정체성과 판단력이 정립되지 않은 다수의 10대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할 것이다. 대중매체가 10대 미혼모, ‘리틀맘’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점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좋은 방송의 소재로 사용되어 다른 10대들에게 미칠 파급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이미지만을 보여 주고 그 이면의 문제점과 해결방법, 지원책에 대해 간과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10대 미혼모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끌어안을 수 있는지, 또 다른 우리의 자녀로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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